기아 해결 기여·국가 위상 제고·기업 성장, 3마리 토끼 잡는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대표하는 동물 용은 12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생물이다. 올해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2024년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는 승천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지만, 나쁜 선택을 할 경우 연초의 모든 희망은 한낱 가상의 꿈으로 흩어져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를 조망해 보면 상‧하반기에 각각 거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4월의 한국 총선과 11월의 미국 대선이다. 두 가지 정치 이벤트는 올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확실한 불확실성(certain uncertainty)’이다.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 아직은 감조차 잡을 수 없지만,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선거 전까지 매복돼 있던 문제들이 개표 결과와 함께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올 한 해의 경제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역시 1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쟁, 선거, 경제 경착륙 등 위험 요인이 많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은 금융·건설·산업 등 분야별로 한국경제를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다. 원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들여와 가공을 거쳐 수출하는 가공무역과 반도체를 비롯한 ICT(정보통신기술)산업, 자동차, 조선 등이 주요 수출 분야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스마트팜 수출기업을 찾아 견학하고 있다./사진=농식품부


산업 전반 수출 부진... 농식품 분야는 성장세 지속

주력 산업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수출 품목이 있다. 바로 농수산식품 분야다. 이 중에서도 ‘스마트팜’ 수출은 독보적인 성장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은 11월 기준 2억83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8%나 성장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정부가 식량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동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고 스마트팜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삼고자 다방면의 정책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정부의 정책지원에 힘입어 국내 스마트팜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반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1월)․사우디(10월)․카타르(10월) 경제사절단 및 사우디 셔틀경제협력단(9월) 파견 계기에 총 9500만 달러 규모의 기업 간 업무협약(MOU) 13건이 체결됐다. 연초부터 이어진 정부의 중동 외교 강화 기조에 힘입어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계약이 성사되는 추세다.

박은영 농식품부 농산업수출진흥과장은 올해에는 "지난해 기업들이 체결한 MOU들을 계약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주요 국내 기업으로는 농심, 포미트, 우등지팜 등으로 주요 계약 내용으로는 스마트팜 복합단지 구축, 전문인력 육성, ICT 적용 재배기술, 스마트팜 온실 구축, 가공공장 설치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등이다.

특히 카타르는 사막 기후를 극복하고 신선채소와 사료작물 등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농업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한국의 농산업체가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황근 전 농식품부 장관은 한국의 스마트농업 기술교육 및 실증 관련 공공기반시설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모델을 소개하며, 카타르 국부펀드의 한국 스마트팜 공공투자 협력을 제안했고, 알-수베이 장관은 한국 농업의 발전과정과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며 양국의 이익에 기반하여 한국과 기술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올해 스마트팜 수출 ‘박차’... 기업 성장에도 큰 기회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정부는 올해에도 스마트팜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 기술 개발사업에서 개발된 핵심기술 7개를 전시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촌진흥청은 2027년까지 총 3867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팜 기술개발과 실증 및 고도화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박람회에서 작물생산과 전력 생산이 가능한 선택적 광투과 태양전지 모듈 온실 모형과 삼차원(3D) 식물스캔 로봇과 온실제어기술, 최적 재배환경 의사결정 및 복합양분관리가 가능한 스마트팜 소프트웨어를 시연한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농작물 자동생육계측장치와 생육계측 로봇 등도 전시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며 "국내 스마트팜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기업 간 상담 등을 통해 수출 확대로 연계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지능형농장(스마트팜) 수출기업인 ‘플랜티팜’./사진=농식품부


스마트팜 수출 확대... 정부 관심·지원이 필수

스마트팜 수출은 여타 산업 분야 수출과는 결이 다르다. 현지 문화·토지·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부분이 있는 만큼, 기업 혼자만의 힘으론 수출과 이후 사후관리에는 빈번한 애로가 발생한다. 

12일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지능형농장(스마트팜) 수출기업인 ‘플랜티팜’ 강대현 대표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합작법인을 통해 총 410만 달러 규모의 수직농장 수주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024년에도 중동, 동남아 등 유망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수출·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플랜티팜은 한국형 지능형농장(스마트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아 수주계약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를 계약 체결까지 이끌어가기 위해서 정부의 수출금융 및 해외 밀착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한 훈 농식품부 차관은 2024년에는 해외 거점조성, 컨소시엄 수주지원사업 신설 등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차관은 “작년 스마트팜 수출 성과는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며 “2024년에도 수출 확대를 위해 정책 지원, 현장 애로 청취에 역량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내년에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수출 거점화와 정부 간 협력 강화, 신규사업 추진 등 업계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카타르 정상외교의 후속조치로 제1차 스마트팜 협력위원회를 개최해 한-카타르 농업기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정부 간 MOU 체결을 추진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사우디에 설치된 스마트팜중점지원무역관을 추가 지정하고, 사우디 정부와 협력하여 현지에 케이(K)-스마트팜 기술 실증이 가능한 시범온실을 조성한다. 수출업계 지원에 더해 관계기관과도 협업해 스마트팜 기업 무역보험 우대 추진 등 수출업계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어려운 대외경제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뿐만이 아닌 K-스마트팜, K-food 등 농수산식품 분야에서도 다각도 수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뒷받침이 불가결하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