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바레인과 첫 경기를 이기고도 찜찜해졌다. 중국 주심의 석연찮은 경고 남발로 무려 5명이나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수에서 핵심 전력들이 경고를 안고 앞으로 경기에 임하게 돼 우승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전반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고, 1-1 동점을 허용한 후반에는 이강인이 멀티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어냈다.

좋은 찬스를 몇 차례 놓쳐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하고, 수비가 뚫려 추가실점 위기도 몇 번 나와 썩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회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 바레인전 선발로 나선 한국대표팀. 이들 11명 가운데 5명이나 경고를 받아, 앞으로 경고 관리 문제가 심각해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하지만 경고 5장을 받은 것이 큰 부담으로 남았다.

한국은 전반 10분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 13분 수비의 중심 김민재, 28분 왼쪽 풀백 이기제가 줄줄이 옐로 카드를 받았다. 전반 38분 황인범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 선수들이 많이 위축됐던 이유다. 수비의 주축이 3명이나 경고를 받은 것도 모자라 후반에는 조규성과 캡틴 손흥민도 경고를 받았다.

이날 주심과 선심 2명은 모두 중국 심판이 맡았다. 마닝 주심이 한국 선수에게 옐로 카드를 뽑아든 장면은 대부분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박용우는 무릎이 상대 선수 얼굴에 닿았지만 볼 경합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고 고의성도 전혀 없었다. 김민재는 상대를 쫓아가다 부딪히며 넘어뜨렸는데, 수비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싸움이었다. 이기제의 경고도 그냥 평범한 파울 같았는데 마닝 주심은 옐로 카드를 내밀었다. 조규성은 전방 압박 플레이를 펼치다 상대 선수와 엉켰는데, 공격수에게는 이례적인 엄격한 판정으로 경고를 줬다.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동작으로 경고를 받았는데, 그나마 가장 합당한 옐로 카드였다.

심판이 엄격하게 경기 진행을 하다 보면 경고를 많이 줄 수도 있다. 문제는 마닝 주심의 판정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이었다. 이른 시간 한국에 연속 경고를 준 후 바레인 선수들의 유사한 플레이 때는 옐로카드를 아끼는 모습이이 몇 번이나 나왔다. 판정에 일관성이나 형평성이 없어 한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었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연이어 과격한 파울로 쓰러졌지만 주심은 바레인 선수들에 관대한 처분을 해 클린스만 감독이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 한국대표팀 주장 손흥민도 바레인전에서 경고를 받았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경고를 받았던 3명을 후반 도중 모두 교체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고 누적 퇴장을 미연에 방지했다.

그래도 경고를 받은 선수들은 앞으로 경기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경고가 8강전까지 누적된다. 경고 누적이면 한 경기를 뛸 수 없다. 준결승에 오르면 경고 한 장이 말소되지만, 만약 경고를 받았던 선수가 8강전에서 경고를 추가하면 준결승에는 뛰지 못한다. 한국이 8강에 올라갔는데, 그 경기에서 김민재나 손흥민이 경고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준결승에서 전력의 핵심이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이 조별예선 1차전에서 5장의 무더기 경고를 받아 처음부터 '경고주의보'가 내려졌다. 바레인전 주심으로 중국 심판이 배정됐을 때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