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패의 전우관계·백년대계 전략적 관계로 발전할 것”
“3월 대선 이후가 될 것…김정은 만났을 때 효과 더 노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빠른 시일 내 방문할 용의를 밝혔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의 최근 방러 결과에 대해 21일 이같이 전하면서 “최상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을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20일 “푸틴의 방북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해 북한 방문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노동신문은 최 외무상의 방러 계기 북러가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들의 정신에 철저히 입각해 두 나라 대외정책기관들의 긴밀한 협동과 공동보조로 지역정세를 조정해나갈데 대해 합의했다”고 했다. 또 앞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다시 만나면 “두터운 우의와 특별한 관심 속에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끊임없이 승화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거의 확실시되고,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면서 북러 간 더 많은 무기거래 및 기술협력에 이목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방북한다면 2000년 이후 24년만으로,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에 대한 답방이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해서 노리는 것은 중국까지 끌어들여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란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최선희 외무상이 1월에 돌연 러시아에 갔던 이유는 푸틴의 방북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서두르는 것은 북러관계보다 대중 메시지 차원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로선 당장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의 더 많은 무기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 연구위원은 푸틴의 더 큰 전략적 목적은 현재 정세를 호기로 삼아 미국이 견제하지 못할 정도의 세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즉 “푸틴 대통령은 주변국에 달라진 동북아 상황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김정은을 만났을 때 나타날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와 북한은 노골적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와 미래를 보는 인식이 달라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글로벌 진영화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북한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고 있다. 2024.01.17./사진=크렘린궁

현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어필하기 위해 김정은과 밀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북한으로선 더없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안보리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데다 눈치를 보지 않고 핵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 주석으로선 그 노선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11월 미국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길 원할 것이다. 이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극심한 미국 내 분열을 원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중동지역에서 패권이 약화된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더욱 고전하게 될 것을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북러 간 군사동맹이 부활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북러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10년 가까이 냉각기를 갖다가 2000년에서야 관계를 복원했다. 당초 북러는 1961년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규정한 우호조약이 있었으나 2000년엔 새로 친선조약을 체결하고 ‘위기 시 협의’를 약속했다. 기존 군사동맹 관계를 경제협력 파트너로 정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이 파트너로 생각하는 나라들이 중국, 인도 등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들인 것을 볼 때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북이 동맹 체결을 안했기 때문에 더 은밀하게 교류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적대세력의 불안감도 높일 수 있다”면서 “다만 푸틴 방북 계기 두 사람이 2000년에 맺은 조약을 갱신할 수는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언제 평양에 갈까. 일각에선 오는 3월 17일 러시아 대통령선거 이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 연구위원은 러시아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벌써 5번째 대통령 도전인 만큼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황이다. 선거 이전까진 국내 문제에 충실한 것을 보여주고 정책의 성과 도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푸틴 대통령이 평양 방문 전후로 방중 일정까지 고려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이 대선 이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과시하려면 북한부터 갔다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방북 내용을 공유할 수도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되, 북한을 끼어넣어서 패권을 과시하고, 반미연대를 강화시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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