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까지 협상 연장…계약 불발 가능성 ↑
자금조달에 대한 의문 여전…이자비용 부담 커질 수도
해운 동맹 재편 및 노조 반발도 인수에 악재로 작용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MM 인수에 나선 하림이 자금조달 지연, 노조 반발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이한 가운데 본계약 1차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은 2주 뒤로 밀렸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계약 불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여전히 하림의 HMM인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 하림지주 익산 본사 전경./사진=하림 제공


◇1차 협상 결렬…자금 조달 계획에 이견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의 주주 간 계약 1차 협상이 결렬됐다. 1차 협상 기한은 23일까지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주 연장됐다. 이에 따라 협상 기한은 내달 6일까지다.

양측은 지난달 21일부터 협상을 위한 미팅을 통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은 HMM 지분 57.9%를 인수하는 데 6조4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계열사인 팬오션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현재 팬오션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약 6200억 원에 불과하다. 

하림은 3조 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와 2조 원대의 인수금융, JKL파트너스의 6000억 원 규모 펀딩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팬오션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가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면서 하림은 유상증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더라도 시가총액이 2조 원도 되지 않는 회사가 3조 원의 유상증자가 가능하겠냐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의 유상증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인수금융을 더 늘려면서 이자비용에 대한 하림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2월 6일까지 2차 협상 기한인데 이때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계약은 불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HMM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해운업계 재편·노조 반발 변수도 발생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도 하림의 HMM 인수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글로벌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5위인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내년 2월 새로운 해운동맹인 제미니 협력을 결성하기로 했다. 

현재 HMM은 디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데 일본 원, 대만 양만 등이 결성한 동맹이다. 그러나 기존에 디얼라이언스에 속해있던 독일 하팍로이드가 탈퇴하고 새로운 동맹 결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해운시장 내 영향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 항로를 담당하고 있는 하팍로이드가 빠진다는 점에서 HMM도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거나 기존 동맹에 합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끼리 동맹을 결성해 항로를 공유하거나 운임도 협의하기 때문에 동맹 영향력이 중요하다”며 “HMM이 하림에 인수될 경우 글로벌 해운시장 내에서 신뢰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동맹에 가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도 하림의 인수에 반기를 들었다. HMM 노조는 매각 절차와 하림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하림이 HMM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 경영 계획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하림의 매각 진행 상황에 따라 투쟁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HMM 노조는 하림을 압박하기 위해 인수 반대 시위와 매각 검증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단체행동 범위를 출항, 하역 등 항만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고 정치권과도 하림의 인수를 저지하는 방안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본계약 체결 시에는 궐기대회를 열고 반대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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