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가격 하락에 脫중국 공급망 구축 적기 판단
흑연·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 선점 경쟁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 수요 증가폭 둔화와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으로 주요 광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는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선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이 필요한 데다 광물 가격이 떨어져 계약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수산화리튬 모습.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캡처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은 공급 과잉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2028년 톤당 13만 위안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톤당 58만 위안에 비해 4분의 1 이하 가격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광해공업공단 주요 광물 가격 동향을 보면 니켈 가격도 전기차 시장 여파로 지난 19일 기준 톤 당 1만6036달러(약 2146만 원)를 기록하며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 배터리와 완성차 등 전기차 관련 업계는 광물 공급망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통상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시점은 자원 확보 적기로 통한다. 배터리 원료처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방위적인 해외 광물 확보에 나섰다. 현재 북미 시그마리튬 리튬정광 69만 톤, 칠레 SQM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호주 라이온타운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정광 70만톤, 호주 시라(Syrah) 생산분 천연흑연 2000톤 등을 확보했다.

삼성SDI도 이달 캐나다 니켈 채굴 기업 '캐나다니켈' 지분 8.7%를 약 1850만 달러(약 245억 원)에 인수했다. 

이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이 회사가 온타리오주에서 개발하는 니켈 광산 생산량 10%를 사전 계약한 금액에 구매할 수 있고, 협의를 통해 15년간 생산량의 20%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최근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지분 60%를 약 1330억 원에 취득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여의도(290㏊)의 7배에 달하는 2000㏊ 규모 광산으로, 전기차 70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최대 리튬 생산 업체 중국 간펑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올해부터 2027년까지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중국 5위 리튬 생산 업체인 성신리튬과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 총 4년이다.

니켈 공급망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고려아연과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분야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원료 공급을 하고, 고려아연이 니켈 가공을 담당하는 협업 방식이다.

에코프로는 사내에 글로벌 자원실을 신설하고 호주·아프리카 광물 제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다소 둔화되고 광물 가격도 하락한 현 시점이 오히려 탈(脫) 중국 공급망 구축의 기회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내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IRA에 따른 세제 혜택(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산 광물 사용이 대부분 제한된다. 배터리·완성차 업계는 광물 가격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저렴한 가격에 해외 현지 광물에 대한 사용 권한을 계약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미·동남아·아프리카 등지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을 조달해 IRA에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며 "광물 가격이 낮아진 것을 기회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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