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신통일미래구상 초안 보고에도 당초 예정된 연말 발표 넘겨
민족공동체통일방안 검토 착수도 늦어져, ‘민족 개념’ 삭제 여부가 관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지난해 예고한 신통일미래구상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와 별개로 올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을 맞아 이를 업그레이드할 새 통일 방안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던 예고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통일부는 새로운 통일비전을 제시하는 신통일미래구상을 연말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구성됐고, 현 통일부 장관인 김영호 당시 성신여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작년 5월 신통일미래구상 초안도 확정해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위원회는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변화와 남북 사이에 심화되는 안보 딜레마를 반영해 자유, 평화,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세가지 핵심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자유평화통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호 당시 위원장은 “전쟁을 통한 베트남식 통일도 아니고, 많은 후유증을 낳은 독일식 통일도 아닌 새로운 한국형 통일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신통일미래구상 발표는 없으며, 통일부는 24일 현재 발표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현재 바뀌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이 논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통일미래구상 명칭과 지난해 5월 보고된 초안이 수정될 것이란 말도 전해졌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에 대응해 신통일미래구상이란 명칭 대신 ‘자유’ 키워드를 앞세우고, 또 새로운 통일 방안에서 ‘민족’ 개념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위원회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 통일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관련 방향이나 내용이 결정된 바 없으며, 특히 한민족이나 남북연합 개념을 삭제하는 방안이 확정됐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새로운 통일 방안에서 ‘민족’ 개념이 삭제될 것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정은은 북한 헌법을 개정해서 민족 개념을 없애라고 지시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정부의 통일 방안은 1989년 노태우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정립돼 당시 국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고, 이후 1994년 김영삼정부 때 조금 다듬고 보완해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공식화된 것을 30년간 유지해왔다”면서 “이런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때문에 수정한다든지, 정부 결정만으로 통일방안을 수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작년 말까지 신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해서 올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당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핵 해결 문제에 초점을 맞춘 담대한 구상이나 통일로 가는 도식과 달리 중장기 정책 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남북관계를 볼 때 경제 상황은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북한을 핵을 갖고 있어 변수가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존을 가능하게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과거 노태우 대통령이 88올림픽을 앞두고 7.7선언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동반자로 선언해서 북한사람을 만나도 신고만 하면 국가보안법에서 자유롭게 된 것과 같은 새로운 독트린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새로운 통일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신통일미래구상 발표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체할 새 통일 방안 검토 착수가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방향 설정에 고민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작업은 북한의 변화에 대응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갈지 비전을 제시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처럼 우리까지 새 정책에 ‘통일’ ‘민족’ 개념을 삭제할 작정이라면 새 독트린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