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81)씨의 영결식이 23일 고인의 고향인 광주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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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가 23일 오전 광주시청 광장에서 열린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81)씨의 장례식에 참석,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석자들은 친일 잔재 청산과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고귀한 정신을 기렸다.
특히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군 위안부 강제동원,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례식장을 비롯한 광주 각지에는 '고인의 뜻 이어가겠다', '일본은 사죄하고 재무장을 중단하라' 등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빈소가 있던 광주 천지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한 뒤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강기정·장병완·천정배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윤 시장은 추모사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의 한을 풀고 역사를 바로잡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도 "역사의 무도한 흐름에 치열하게 맞섰더라면 이렇게 가시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때늦은 회한이 든다. 역사의 진실을 지키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싸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례위원장인 현지 스님은 "바른 역사를 위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셨다. 숭고한 정신을 담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의 조카인 조호권 전 광주시의회 의장도 유족들을 대표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친일 잔재 청산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길이다"며 추모사를 했다.
장례식을 치른 뒤 고인은 민주열사의 시신이 안치된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최씨는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치료를 받다가 9일 만인 지난 21일 숨을 거뒀다.
최씨는 3년 전부터 민간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후원회원으로 활동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1932년 6월 조선 독립을 위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에 참여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독립유공자 추서는 되지 않았다고 시민모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