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차 판매량 12만4080대…전년 대비 7.6% 감소
경차 수요, 소형차가 흡수…올해 현대차 캐스퍼 EV·기아 EV3 출시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불황형 자동차'로 불리는 경차가 최근 경기 침체기에도 판매량이 줄어들며 '불황=경차' 공식이 깨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경차의 종류가 3종에 불과한 데 반해 소형차의 종류가 다양하고, 큰 차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경차 수요를 일부 소형차가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경형 승용차량 신규등록대수는 12만4080대다. 이는 전년 대비 7.6% 감소한 수준이다. 준중형(-1.6%)·대형(-3.6%)·경형(`7.6%)의 판매량이 줄었고, 소형(16.7%)·중형(6.7%)·준대형(19.8%)의 판매량이 늘었다. 

통상 경차는 경기 불황이 호재인 대표적 상품 중 하나로 꼽혀왔다. 경기 침체기에는 비교적 차값과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판매량이 오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 현대차 캐스퍼./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경차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고, 2012년에는 약 21만 대가 팔리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에는 9만5305대로 10만 대선이 무너졌다. 이후 2022년에는 13만4294대가 팔리며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12만4000여대로 7.6% 감소했다.

반면 소형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16.7% 증가한 13만6894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경차의 수요를 소형차가 흡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차가 모닝·레이·캐스퍼 등 3종으로 선택지가 좁은 반면 소형차는 코나·셀토스·니로·티볼리·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등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하고, XM3·트레일블레이저·셀토스 등 2000만 원대 가격의 소형차의 등장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소형차로 눈길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 성향이 짙어진 점과 경차 라이프사이클이 긴 점도 경차 판매량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환경차 인센티브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경차에 대한 인센티브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인 데다 차종도 다양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시장에는 모닝, 레이, 캐스퍼 3종이 경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캐스퍼가 처음 나올 때 인기를 끌었지만 경차는 후속 모델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인기가 높지도 않고, 수익성이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경차의 신차 라이프사이클이 굉장히 길다"면서 "결론적으로 수요가 높지 않고, 수익성도 낮고, 사회적 대접도 받지 못하다 보니 경차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기아 EV3 콘셉트 외장./사진=기아 제공


업계는 경형 전기차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실제로 경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에도 레이는 5년 만에 출시된 레이 EV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레이 EV는 가솔린 모델 대비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각각 15%, 55% 향상됐고, 보조금 적용 시 2000만 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볼보는 올해 상반기 중 소형 순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X30'을 출고할 예정이며, 현대차는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상반기 말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소형 전기 SUV 'EV3'를 출시할 계획이다. 소형 SUV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EV3의 주요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EV3의 판매가격이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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