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식 추정 생물종수 10만 종 중 60% 규모…사업 추진 16년 만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우리나라 생물종 공식 기록인 '국가생물종목록'이 6만10종을 달성했다.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 10만 종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 섯(위)참쉬리, 울릉구멍장이버섯./사진=생물자원관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된 생물종수가 국가생물자원 종합목록(인벤토리) 구축사업 추진 16년 만에 6만10종으로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생물자원관은 이병훈 전북대학교 교수가 1994년 한국생태학회 논문에서 한반도 생물종수를 10만 종으로 추정한 것과 우리나라와 면적이 유사한 영국에서 9만5000종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우리나라 자생생물종을 약 10만 종으로 추정했다. 

생물자원관은 2007년 개관 전까지 2만9916종으로 알려진 자생생물종을 △신규 생물종 발굴 대규모 연구사업 △미개척 분류군 중심 집중 발굴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생물자원에 대한 중요성 확산 △해외 연구자 적극 활용 등 연구 효율화 등을 추진해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된 생물종수를 2배 이상 늘렸다.

이는 국가생물종목록 구축을 총괄하는 생물자원관이 환경부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을 통해 새롭게 찾은 1만2000여 종과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사업 결과에서 나온 학술 문헌을 조사 분석해 1만8000여 종을 추가한 것이다.

2006년부터 매년 수행 중인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은 전국 규모의 사업으로, 누적 생물종 분류 연구자 6000여 명이 참여한다.

이번에 발표한 국가생물종 6만10종을 분류군별로 보면 △무척추동물(곤충 포함) 3만1603종 △조류 6653종 △균류 6291종 △식물 5759종 △원핵생물 5039종 △원생동물 2575종 △척추동물 2090종이다. 또한 미개척 분류군 중심 집중 발굴로 목록 구축이 시작된 이후 무척추동물 1만5014종과 균류 4666종, 식물 1097종이 증가했다.

국내 생물다양성 현황에 영향을 미친 생물종에는 2007년과 2011년 세계 최초로 생물분류체계에서 상위 체계에 속하는 원핵생물의 핌브리모나디아 강(Class)과 오피투탈레스 목(Order)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 

2014년에는 최상위 분류체계인 원핵생물의 미기록 계인 고세균 계(Kingdom)를 생물자원관 연구진이 국내 최초로 학계에 보고해 국내 분류연구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신종이자 고유종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만 자생하는 난초과 식물로, 2009년에 발견된 '신안새우난초'가 있다. 이 식물은 개체수 감소 우려로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2015년에 밝혀진 신종 '참쉬리'는 섬진강과 낙동강 중상류에서만 서식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잉어과 민물고기라는 의미가 있다.

신종에 붙이는 학명은 이전까지 유럽, 일본, 중국 등 외국학자들이 주로 지어왔으나, 2007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 이후 국내 학자가 명명한 생물종도 2000여 종에서 5000여 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독도 지명을 포함한 40종과 제주 지명을 포함한 175종 등 학명에 우리나라 지역 특색을 반영한 생물종도 포함돼 있다.

생물자원관은 자생생물 6만10종 중에서는 새로운 생물산업 소재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지리산 산수유 열매에서 효모를 분리한 이후 같은 해 2월 국내 주류용 효모 보급업계에 기술을 이전해 현재 전국 전통주 제조업체 32곳에서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7년 울릉도에서 신종으로 발견된 '울릉구멍장이버섯'은 항산화 물질로 2022년 특허를 등록했고, 2022년 원핵생물 할로박테리움 휴베이엔스를 염전에서 발견해 이 생물이 지닌 항산화 색소(박테리오루베린)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생물자원관은 기후로 인해 생물이 멸종하는 등 이유로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종을 찾아내는 일이 어려워짐에 따라 직접 발굴하는 수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분류 단위가 다를 수 있는데, 분류군에 따라 국내 학자가 없거나 한정돼 있어 연구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미개척 분류군 집중 발굴과 석호 등 특이지형에 대한 조사, 국내 학자가 없는 분류군의 경우 해외 연구자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 새로운 종을 찾아내고 생물 주권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민환 관장은 "이번에 구축된 6만 종의 목록은 국내 생물 추정 종인 10만 종 중 60%가 목록화된 것으로, 비로소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구성 요소인 생물종 현황 파악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가생물종목록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생물 소재 정보로 생물주권 주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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