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경기 내용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제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한국은 0-1로 뒤져 패배 일보직전까지 갔던 후반 추가시간 1분여를 남기고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조현우가 두 차례나 선방쇼를 펼쳐 승리를 이끌어냈다.

8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2월 3일 오전 0시30분 호주와 만나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3백 전술을 구사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4백 전술로 나서 6실점이나 했기 때문에 김민재 김영권 정승현 중앙수비 3명을 포진시키고 설영우와 김태환을 윙백으로 기용해 수비를 강화했다. 공격진에서도 골을 못 넣고 있던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벤치 대기시키고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에게 공격 일선을 맡겼다.

전반은 답답했다. 손흥민이 두 차례 슛을 시도했으나 위력이 없었다. 전반 41분에는 사우디의 연이은 헤더슛이 두 번이나 골대를 때려 간신히 실점을 면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치자 사우디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압둘라 라디프를 교체 투입했다. 이 선수교체가 금방 효과를 봤다. 후반 들어 35초쯤 됐을 때 사우디의 전진 패스를 살렘 알다우사리가 받았는데 터치가 길었다. 그런데 수비 사이로 돌파해 들어간 라디프 쪽으로 공이 갔고, 라디프가 일대일 찬스에서 반대편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슈팅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리드를 뺏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9분 정우영 대신 황희찬, 후반 19분 이재성 대신 조규성을 투입해 공세를 끌어올렸다.

만회를 위한 한국의 맹공이 펼쳐져 여러번 찬스를 엮었으나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조규성의 결정적 헤더가 골대 맞고 나오고, 황희찬의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 조규성이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추가시간 10분 가운데 9분 가까이 흘러 사우디의 승리가 굳어지는가 했던 순간, 조규성의 머리가 한국을 살렸다. 크로스된 볼을 설영우가 머리로 문전으로 보내자 조규성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극장 동점골이었다.

연장전에서 한국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역전골을 터뜨릴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코너킥에서 김민재의 절묘한 헤더가 상대 골키퍼의 감각적 슈퍼세이브에 걸리고, 역습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슛 기회에서 조규성이 직접 슛을 하지 않고 양보를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이강인의 회심의 왼발 슛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피말리는 승부차기로 8강행 티켓의 주인을 가려야 했다.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조현우가 빛났다.

한국은 1~4번 키커로 나선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조현우가 사우디의 3, 4번 키커 슛을 모두 방향을 읽고 막아내 한국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캡틴 손흥민이 선방한 골키퍼 조현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