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로베트로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한국에 지는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기 싫었나 보다.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라운드를 떠나 논란을 일으켰다.

사우디는 31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패했다. 연장전까지 1-1로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2-4로 져 탈락했다.

한국이 극적으로 거둔 역전 승리다. 한국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사우디의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줘 끌려가다 패배를 눈앞에 뒀던 후반 종료 1분 전 조규성의 극장 동점골이 터져 간신히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연속 선방이 나오며 사우디를 꺾을 수 있었다.

   
▲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아라비아 감독.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그런데 승부차기 도중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 포착됐다. 사우디의 4번째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슛이 조현우에게 막히자 만치니 감독이 뒤도 안 돌아보고 경기장을 벗어나 라커룸 쪽으로 가버린 것. 당시 후축인 한국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4번째 키커 황희찬이 슛을 하기도 전이었다. 

물론 한국의 승리 확률이 매우 높았고, 황희찬이 골을 성공시켜 그대로 한국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다. 하지만, 만약 황희찬이 실축이라도 하고 5번째 키커에서도 사우디 성공-한국 실패였다면 승부차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즉,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만치니 감독이 팀 지휘를 포기하고 벤치를 떠난 셈이었다.

사우디 축구팬들로서는 어이없는 역전패로 탈락한 것도 화나는데 만치니 감독의 이런 행동까지 목격했으니 분노 게이지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약 430억원이라는, 감독들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만치니 감독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이탈했으니 외신들도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만치니 감독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의 해명은 석연찮다. 초보 감독도 아닌데 현장에서 경기 상황이 어떤지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상대 감독과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관행을 무시한 것이 된다. 이 또한 비매너로 비판 받을 일이다.

다 이겼던 경기를 놓치고 속 상했을 감독의 마음은 모를 바 아니지만, 만치니 감독은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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