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총파업 등 집단행동 수순…전운 감도는 의료계
의대 증원→의료개혁 맞나, 건보료 재정 부담 늘어나 적자 커져
결국 '재원' 문제…수가 충분한 인상 안되면 필수의료 더 고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의사 수가 부족해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계십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보건 산업 수요에 대응할 의료인력까지 포함하면, 2035년까지 약 1만 5천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시대적 과제'라고까지 표현하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현실화되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보건복지부는 이날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총 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65.4% 늘어나게 됐다.

의협은 곧 있을 설 연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집행부 총사퇴 후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을 통해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총파업 시기는 설 연휴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정부 또한 의협이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서, 늦어도 이달 말 양측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협 간 갈등은 서로 다른 문제 의식에 기인한다.

   
▲ 2월 1일 오전 윤설열 대통령이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해,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부터 시뮬레이션센터에 대한 소개와 센터 내의 임상교육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지역의사 양성, 필수의료분야 양성, 의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삼아 OECD 대비 인구 대비 평균 의사 수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를 의대 증원의 근거로 대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정부가 갖다 댄 의대 증원 수치가 오히려 근거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대 정원 확대는 그 논리와 근거가 단순한 반면, 의협이 제기한 문제 의식은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OECD국가 중 환자가 이틀 안에 의사를 볼 수 있는 나라는 57%인 반면, 한국의 경우 99%가 당일 의사를 볼 수 있다. 일례로 백내장 수술 대기시간은 OECD 평균 92일인데, 한국은 당일 가능하다.

지역별 의료 격차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지난 2016년도 기준 OECD 평균 지역별 의료 격차가 1.5였는데 당시 헝가리는 3.6, 핀란드 1.6, 프랑스 1.2, 한국은 0.6이었다. 한국에서의 지역별 의료 격차는 헝가리에 비해 6분의 1 수준, 프랑스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OECD에서 나온 수치들을 보면 한국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의사 수는 적지만 진료 횟수는 1위다. 의료 행위당 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의사들은 은퇴시기가 늦어 활동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1.4배 높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10년 만에 한국의 평균 의사 숫자가 OECD 평균 의사 숫자를 따라잡는다.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2000년 대비 2015년도에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의사 수가 2배 증가했다. 그런데 이에 따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2배 증가했다. 의사 수가 늘수록 의료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당연한 이치다.

결국 의대 정원 확대는 '돈 문제'다. 한국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가에 과도한 배상 책임을 지고 있어, 이에 따라 필수의료 인력 수급이 힘든 실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여 조정전치주의 및 책임보험제를 도입하고,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안이 충분한 재원 마련을 통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신입 의대생들이 필수의료 현장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10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어서, 당장 필수의료 공백이 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부문으로 의사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가 '윤석열 케어'의 성공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