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둔화 장기화하며 작년 석유화학 실적 부진 심화
한계사업 정리·고부가 제품 강화 등 위기탈출 안간힘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지난해 업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제품의 공급 과잉이 원인인 이번 부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로 불리는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은 모두 지난해 석유화학 본업에서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 LG화학 전남 여수 NCC 야경./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 55조2498억 원, 영업이익 2조52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8.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1% 감소했다. 이마저도 첨단소재 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 결과로, 순수 석유화학 사업은 업황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매출액 6조3223억 원, 영업이익 359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0.7%, 68.7% 하락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마이너스 191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솔루션은 2022년(9662억 원) 대비 24.6% 쪼그라든 728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석유화학에서 배터리·재활용 등 외연을 넓힌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 77조2885억 원, 영업이익 1조90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98%, 51.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전통 화학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진은 중국 영향이 크다. 중국은 코로나 펜데믹 2년 동안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생산 능력도 강화했다.

국내 석유화학은 수출로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지난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중국산 범용 플라스틱 제품의 공급과잉이 제품 가격을 하락시키면서 업황을 더욱 악화됐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주도권을 둔 산업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에너지 공급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이러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지난해 등락을 거듭한 국제유가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에 방해요소로 작용했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제품 판가를 올리기 어려운 탓에 제품을 팔아도 수익성이 급감하는 현상을 반복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에도 불황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업계는 범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NCC 공장을 매각하거나 설비 전환하는 방식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 매각 추진 사례, 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의 울산 NCC 가동 중단에 이은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로의 전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다른 업체들도 NCC관련 매각설이 있었으며, 업황 악화에 대응코자 향후 운영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범용 화학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대중국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석유화학도 지난해보다는 업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늘리고,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업황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이 NCC 공장을 매각 내지 재편에 나서며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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