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투본 "검찰 주도 신 관치금융…사회주의식 감독기구 행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기가 금융권을 강타하는 가운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전 금융권에 '충당금 적립 확대'와 '배당·성과급 지급 금지' 등을 내걸었다. 

금융권은 지난해 노사 임금교섭에서 금감원의 이 같은 경고를 이유로 노사 간 약속한 성과급 지급 등을 파기하며 근로자 측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대 금융권 노조가 7일 금감원 앞에서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으로 결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는 7일 오전 금감원 앞에서 금감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류준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으로 결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는 이날 오전 금감원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공투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5일 업계 임원들을 소집해 부동산 피해 TF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해 2020년도 말 결산 시 예상 손실액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하고,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사용되는 회사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충당금 적립 대신 배당, 성과급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회사의 자산 건전성, 자산 관리, 내부통제, 성과급 적정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며, 검사국에 일 대 일 밀착 개별 면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 원장다운 협박까지 덧붙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금융공투본은 "이날(25일) 금융감독원의 발표 뒤 부동산PF 위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업장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곳곳에서 노사 간 단체 교섭이 중단되고 있다"며 "이미 단체 교섭에서 신의성실에 입각해 합의한 사항을 번복하고 회사 측이 이행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관치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감원 발 관치금융이 기승을 부리자 현장에서는 단체교섭 파행, 단체협약 불이행, 인위적 구조조정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관치금융의 망령을 넘어 검치금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등의 부동산PF 연체율이 상승하는 점에 문제의식을 보이면서, 리스크 연착륙 방안으로 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강화 △배당·성과급 지급 시 엄중 책임 요구 등을 내걸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3일 본원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본PF 전환이 장기간 안 되는 브릿지론 등 사업성 없는 PF사업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2023년 말 결산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회사는 여력이 있는 범위 내에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어 하루 뒤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며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25일에는 부원장보 주재로 여신금융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 등 2금융권 담당 임원을 불러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재무제표상 자본인 '대손준비금' 대신 비용인 '대손충당금' 형태로 손실을 인식할 것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배당을 더 강력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담당 임원들을 불러들여서 부실이 예상되는 것들에 대한 100% 충당금을 쌓으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배당과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엄청난 감독을 들어가겠다는 얘기를 서슴 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상품이 부실해지면 그만큼 그 기준에 맞춰서 충당금을 쌓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어떻게 되든지 무조건적으로 100% 충당금을 쌓으라고 하고 있고, 이걸 어기면 일 대 일 밀착 개별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관치금융이고 실질적인 검치금융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으로 결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는 7일 오전 금감원 앞에서 금감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류준현 기자


또 "금융감독원이 이를(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 경고하고 일 대 일 면담을 통해 감독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부동산PF와 상관 없는 금융기관들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낮추고 있고,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나가야 할 부분에 금감원이 개입해 노동자들과 사측 간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얼마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했던 얘기는 감독 행위라기 보다 온전한 협박에 가까웠다"며 "주식회사의 배당을 절대 하지 마라. 당기순이익이 났는데 성과급을 지급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일 대 일 면담하겠다. 이것이 협박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이 대한민국 감독 당국인지, 중국·베트남 사회주의 국가의 감독 기구인지 정말로 헛갈리는 기분이 들었다"며 "갑작스레 튀어나온 2금융권 PF 부실 정리 이슈로 인해 모든 교섭들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박지웅 하나캐피탈 지부장은 "벌써 현장에서는 금감원을 이야기하며 (성과급) 지급을 꺼려하는 회사들이 있다"며 "노사 갈등을 유발시키고 금융노동자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서 총선을 대비하고 싶으냐"고 비판했다.

한편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홍콩ELS 사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의사를 표명했다. 박 위원장은 "손실을 보신 고객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직원들의 손과 입에 의해 해당 상품이 판매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손실 발생을 예상하고도 승진이나 성과급을 위해 이런 상품을 고객에게 팔 직원은 없다"며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고도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하지 않은 금융감독원, 2022년 11월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취한 이복현 금감원장,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고도 직원들을 KPI 경쟁으로 내몬 경영진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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