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유제품 자급 정책, 석유화학은 물론 정유에도 타격
지난해 정유 수출국 70개국으로 늘어…호주·미국 '큰 손'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정유업계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수출국을 늘리며 꾸준히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정유 수출이 줄어들면서 수출국 다변화가 향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8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해 석유제품 4억6672배럴을 수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수출국이 70개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업계는 지난 2021년 58개국에서 2022년 64개국으로 그 대상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수출국 다변화 주요인은 중국 수출량 감소에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연속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정유·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급격히 올리며 내재화를 진행했다.

정유는 물론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에는 원재료인 석유제품이 사용되는데, 코로나 봉쇄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은 자국 생산 자국 소비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7.5%로 급감하며 순위도 5위로 밀려났다.

정유사들은 중국 대신 호주를 대표로 아시아·미국·유럽·아프리카 국가들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산유국인 UAE·오만·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국가에도 정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호주는 새로운 고객 국가로 떠올랐다. BP, 엑슨모빌이 2021년 호주 내 퀴나나·알토나 정유공장을 폐쇄하면서 정유 생산량의 약 50%가 줄었고, 부족분을 한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호주는 국내 정유사의 수출국 순위가 2020년 6위에서 지난해까지 최근 2개년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은 경유(41%), 휘발유(21%), 항공유(18%), 나프타(8%) 순이다.

미국도 수출량이 크게 늘어 지난해 9986만 배럴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한편, 정유업계는 향후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여행, 운송량 증가 등 글로벌 항공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친환경 항공유 바람이 불면서 SAF는 글로벌 정유사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경기 침체 여파에도 항공 부문 성장세로 여객 수를 사상 최대인 47억 명으로 예상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권역에서 항공유에도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수요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국 확대와 친환경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는 만큼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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