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귀국길에서도 '살인미소'(?)를 보였다. 성난 팬심은 '엿드세요'로 화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8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선수들 중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유럽파는 카타르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귀국길에는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조현우(울산HD) 등 국내파 선수 13명이 함께했다.

클린스만호는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 성적표를 들고 돌아왔다. 어렵게나마 고비를 넘겨가며 4강까지는 올라갔지만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 목표로 했던 64년만의 우승에는 실패했다.

   
▲ 아시안컵 4강 성적표를 들고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요르단전 후 클린스만 감독에게 많은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은 요르단에 철저하게 밀리며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완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아무런 전략도, 대처도 못하고 안일한 선수 기용을 해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패배 후 선수들이 침통해하고 있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요르단 감독에게 승리 축하 인사를 건네 팬들의 화를 돋워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부터 "우선적인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공언해왔는데, 결과적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의 귀국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클린스만 감독은 환하게 웃는 표정부터 보여줬다. 공항에서 간단하게 귀국 인터뷰를 할 때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잊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과 대표팀의 부진에 실망하고 화가 나 있던 팬들에게 클린스만 감독의 이런 미소야말로 속 터지게 만드는 '살인미소'였던가 보다. 인터뷰를 하고 있던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 축구팬은 준비해온 엿을 던지며 "이게 축구냐"고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회견 후 공항을 떠나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XX 바보", "집으로 가라" 등 욕설이나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팬들도 있었다.

   
▲ 귀국 인터뷰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한 팬이 엿을 던지며 아시안컵 부진에 항의하기도 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귀국하면서 이렇게 일부 팬들에게 모욕적인 상황을 겪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결과를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좋은 경기와 결과를 보여줬다", "대회 4강에 올라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황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저희 선수들도 칭찬해주고 싶다" 등의 말을 했다.

감독의 사퇴, 또는 경질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대한 생각을 묻자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에서) 패배를 하고 탈락하게 되면 당연히 여론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40년동안 (선수와 지도자로) 축구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을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아야 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지도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또 성장하고,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며 "앞으로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말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패해 탈락이 확정된 후 침통해하고 있는 손흥민을 클린스만 감독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의 탈락 확정 후 손흥민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3월에도(2026 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 당연히 우리팀 주장으로 대표팀에 합류를 할 것"이라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물러나거나 주장직을 내려놓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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