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 담보 비중 32% 추정…상속세 납부 이유
기업 영속성 누가 담보하나…상속세 완화 시급한데 지지부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기업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32% 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속세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과 LG, 롯데가는 각각 2세대 기업인 별세 후 상속세 연부연납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의 상속세를 이대로 유지하다간 기업 영속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상속세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기업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32% 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속세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과 LG, 롯데가는 각각 2세대 기업인 별세 후 상속세 연부연납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의 상속세를 이대로 유지하다간 기업 영속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상속세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72곳 중 상장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한 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말 기준 대출 등으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28조9905억 원 상당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보유 주식 90조3720억 원의 32.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담보유지비율 규제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 노출도가 큰 것을 의미한다.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 일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지난 1월 기준 주식 담보 대출액은 1조7500억 원으로, 2022년 말(8500억 원) 대비 9000억 원 증가했다.

이어 각각 3870억 원, 2017억 원의 대출액을 늘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뒤를 이었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의 1월 말 기준 대출액은 각각 1조370억 원, 5728억 원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총액은 2022년 말 1조8711억 원에서 1월 말 3조3598억 원으로 총 14887억 원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1년간 1490억 원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총수 일가 개인 금액 증가 4위에 랭크됐다. 이에 따른 대출액은 2022년 말 1880억 원에서 지난 1월 기준 3370억 원으로 늘어났다.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늘어난 것은 상속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연부연납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 총수 일가 역시 2020년 신격호 회장이 별세한 데 따른 상속세 납부 차원에서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각각 905억 원과 97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상속세를 지불하다 보면 기업의 영속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우려가 아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속세를 완화해야 되는 이유는 이미 많이 거론돼 왔다.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재산에 대해, 상속을 이유로 세금을 한 번 더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인 데다 기업 영속성을 꺾어놓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할증까지 합산하면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기업이 존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도 문제지만,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의 원인이 된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상속세율은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상속세의 대표적인 반대 논리가 ‘부자 감세’다. 부자만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것이다. 다만 상속세는 소위 부자로 불리는 이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는 것이 재계의 의견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상속세는 대표기업을 주저앉힐 뿐”이라며 “평등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경제를 도덕률로 재는 원리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상속세는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기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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