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미 한국을 떠났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만에, '다음주 출국할 예정'이라고 했던 스스로의 말까지 뒤집으며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아시안컵에서 실망만 안겨 열불난 축구팬들의 팬심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일 저녁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패해 탈락함으로써 8일 귀국했다. 귀국한 지 이틀만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떠난 것이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64년만에 우승을 노렸다. 유럽 무대를 누비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포함된 역대급 멤버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틀 후 클린스만 감독은 출국해 미국 집으로 돌아갔다. /사진=더팩트 제공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부터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는 등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더니, 16강(사우디아라비아)과 8강(호주)전은 승부차기, 연장까지 간 끝에 간신히 이겼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요르단과 준결승에서는 유효슈팅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로 완패를 당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상대팀에 따른 적절한 전술도 세우지 못하고 선수들 개인 기량에 맡겨두는 듯한 안일한 지도 방식, 부진한 선수들을 적시에 교체하지 못하거나 때를 놓치는 선수 기용법 등이 주요 비판 대상이었다. 한국이 결승에 오르지도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이 져야 한다는 것이 여론의 대세였다. 요르단전에 패해 선수들이 침통해하고 있는 와중에 클린스만 감독이 해맑게 웃으며 상대팀 요르단 감독에게 축하인사를 하는 장면도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이 4강에서 탈락한 것보다 4강까지 진출한 것을 긍정적으로 자평했고, 패배 후 웃으며 상대팀 감독에게 인사한 것은 승리한 팀에 대한 매너라고 포장했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의 행태에 대해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경질을 주장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부정적 여론은 아랑곳않고 귀국 이틀만에 한국을 떠났다. 귀국 당시 "대회를 분석하고 다음주쯤 출국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마저도 지키지 않고 지난 주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컵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이미 떠남에 따라 사령탑 없이 강화위원회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들끓는 팬심에 클린스만 감독은 조기 출국으로 응답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계속 '클린스만호'로 갈 수 있을까. 당장 다음달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에선 태국과 2연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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