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기간 선수들간 내분설에 휩싸였다. 요르단과 준결승 전날, 그것도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젊은 선수들간 충돌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영국 매체 '더선'은 1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한국의 충격적인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논쟁하다가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더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대표팀 중 젊은 선수 일부가 (요르단과 준결승 전날) 탁구를 하기 위해 저녁을 빨리 먹었고, 주장인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인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흥민이 문제 삼은 후배 중에는 이강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의 질책에 선수들이 몇 초 사이 식사 장소로 몰려 들어왔다가 흩어지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 때 손흥민은 선수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는 것.

   
▲ 손흥민이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완패한 후 크게 낙담하고 있다. 손흥민의 손가락에 감긴 붕대가 후배 선수들과 다툼 과정에서 탈구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실제로 손흥민은 7일 요르단과 준결승전 당시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붕대를 감은 채 뛰었다. 한국이 요르단에 무기력하게 0-2로 패하며 탈락한 후 손흥민은 토트넘에 복귀해 11일 브라이턴전에 출전했는데, 그 때까지도 손흥민의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후배 선수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다툼이 있었고, 어떤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손흥민이 손가락에 붕대를 하고 경기를 뛰었고 요르단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 등 선수들이 평소와는 달리 경직된 플레이로 기량 발휘를 제대로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트피스 상황이 생기면 손흥민과 이강인이 대화를 나누며 작전을 짜곤 하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손흥민은 요르단전 패배 후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목표로 한 우승을 이루지 못한 것은 주장인 자신의 탓이라고 했고, 대표선수 생활을 계속할 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

또한 손흥민은 영국으로 돌아가서도 개인 SNS를 통해 "대회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다"며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고 사과하며 팬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과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다퉜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 역시 개인 SNS에 "한 달 동안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 지원 스태프들 함께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결과로 보답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구성원으로서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돼 경기장에서 더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드릴 것이다.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헌신적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발짝 더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한국대표팀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4강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 몇몇 선수들의 반복되는 실수, 위르겐 클린스만의 너무나 안일하고 무능해 보이는 지도력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팬 대부분이 실망감을 느낀 상황에서도 4강 탈락 성과를 긍정적으로 자평하고, 요르단전 완패 후 활짝 웃으며 상대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귀국 후 이틀만에 미국 집으로 돌아가 팬들의 분노 지수를 치솟게 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목소리가 거세졌고,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대표팀 핵심이자 최고 스타인 손흥민과 이강인 등 젊은 선수들 사이 내분설까지 등장했다.

아시안컵은 64년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하며 아쉬움 속에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표팀은 이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다시 분위기를 추스르고 스파이크 끈을 고쳐매야 할 때다. 클린스만 감독 거취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선수들 사이 내분이 있었다면 통렬하게 반성하고 다시 '원 팀'으로 뭉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 3월에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이 열린다. 위기의 대표팀을 수습하고 정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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