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결국 직접 사과했다. 축구대표팀 선배이자 주장 손흥민(토트넘)에게 대들었던 일로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고, 앞으로 형들(선배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인은 14일 자신의 개인 SNS에 이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시안컵 기간 대표팀 내 불화와 물리적 충돌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 SNS


이어 그는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사과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영국 매체 '더선'은 이날 "손흥민이 아시안컵 탈락 전날 대표팀의 어린 동료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한국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요르단과 대회 준결승전 전날 저녁식사 때 벌어진 일이다"라고 보도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매체는 "어린 선수 중 일부가 탁구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저녁을 빨리 먹었다. 하지만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팀의 결속을 다질 기회인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어린 선수 중에는 이강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무례한 말이 오가며 선수들간 충돌이 발생했고, 몸싸움 등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을 향해 주먹질까지 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맞지는 않았으나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손흥민은 다음날 요르단과 준결승에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붕대를 한 채 뛰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그라운드에서 말이나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 없이 냉랭한 분위기였다. 중요한 경기 하루 전날 선수들끼리 충동한 여파는 경기력 저하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은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하나 없이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편 끝에 0-2로 완패해 탈락했다.

   
▲ 손흥민이 요르단과 준결승 완패 후 침통해 하고 있다. 손가락에 감긴 붕대는 그 전날 이강인 등 후배들과 충돌 과정에서 부상 당한 흔적이다. /사진=AFC 아시안컵 공식 SNS


대표팀 내에서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선수들과 함께 가뜩이나 경질 목소리가 높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난의 수위도 더 높아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내에 체류하지 않고 대표팀 지휘에 불성실했던데다, 선수들 조련이나 전략 전술 수립도 제대로 못해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목표로 했던 우승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번 선수들간 충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감독으로서 선수단 운영도 낙제점이었다. 이강인의 '하극상' 사태 후 일부 고참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강인의 요르단전 출전 배제를 요청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고 요르단전에 선발로 기용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선수들 사이 갈등이 있을 때 1차적으로 수습할 책임이 있는 감독의 역할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강인과 손흥민 등 대표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치른 6경기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을 뛰었던 손흥민은 토트넘 복귀 후 아시안컵 관련 질문에 "아시안컵은 다시 떠올리기 싫다"며 대회 관련 언급을 피했다. 선수단 내 불화의 당사자 중 한 명이었던 이강인은 자신의 행동에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를 결정한다.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한국축구는 현재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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