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중소형사를 막론하고 회사채 발행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미뤄뒀던 장기 자금조달 과제를 추진하기 위함인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등이 한 고비를 넘어가면서 투자심리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이 선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올해 안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중소형사를 막론하고 회사채 발행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사진=김상문 기자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회사채 발행 붐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비단 대형 증권사들만이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가세한 업계 전체적인 흐름이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가 연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 선정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이 1500억원,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1500억~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입찰) 결과에 따라 발행액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 미래에셋증권‧KB증권‧삼성증권‧유안타증권 등은 회사채를 발행해 각각 수천억원씩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부분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기관 자금이 몰렸고, 당초 모집액 이상의 증액이 이뤄지는 등 좋은 흐름이 나타났다. 중소형사인 유안타증권이 지난 6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모집액의 3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이에 업계 전체적으로 회사채 발행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에는 자금조달 안정성이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 만기가 1~3개월 단위로 계속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를 조금이나마 상환하면서 만기가 긴 회사채로 변경해 차입금 만기구조의 질을 높여놓겠다는 복안이다. 

증권업계가 리스크 관리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뚜렷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PF 부실로 인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 때문에 작년 실적에서 많은 손해를 본 형편이다.

작년까지는 고금리 때문에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부터는 기업들이 은행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에 발행 여건은 계속 좋아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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