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군경합동검문소에서 경위가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 오발사고로 의경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박모상경(21)이 사망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검문소 제1생활실에서 박모 경위(54)가 자신이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돼 박 상경의 왼쪽 가슴에 맞았다.

박 경위는 "권총 노리쇠를 기준으로 탄창의 첫째·둘째 칸은 비어 있고 셋째 칸은 공포탄, 넷째 칸부터 실탄이 들어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규정대로라면 38구경 권총의 첫발은 공포탄이 나가게 해 놓아야 하며 박 경위는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3명의 경찰이 권총 한 정을 돌려 쓴다"며 "발사된 실탄은 공포탄 옆옆칸에 장전한 두번째 실탄으로, 박 경위가 권총을 인계받을 때 탄창을 열고 실탄 개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탄창이 옆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의경들이 검문소에서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박 경위가 "나를 빼놓았다"며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총기가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박 경위는 평소 총기가 발사되지 않도록 방아쇠에 고정하는 용도의 고무를 제거하고 나서 박 상경의 왼쪽 가슴 방향으로 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의경들은 “박 경위가 박 상경을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장난을 치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고의였다고 볼 수 있는 진술은 없었고, 박 경위와 의경들의 평소 관계를 봤을 때도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총기 감식 등 조사를 마무리한 뒤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박 상경은 현장에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 상경의 사인이 좌측 흉부총상(관통상)이라고 밝혔다.

대학 재학중 의경이 된 박 상경은 내년 1월 제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