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청약 흥행에도 업계는 '과열' 우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신규상장시장(IPO) 과열 조짐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틀간 진행된 에이피알 일반 청약에는 79만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약 14조원의 자금이 운집했다. 올해 첫 ‘조 단위 IPO’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열기는 특별했다. 균등배정을 위해 125만원을 납입했더라도 에이피알 1주를 받을 확률은 ‘6%’에 불과했다.

   
▲ 지난 14~15일 이틀간 진행된 에이피알 일반 청약에는 79만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약 14조원의 자금이 운집했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진행된 에이피알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결과 경쟁률은 1112.52:1을 기록했다. 대표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62만94건(경쟁률 1112.54:1), 하나증권에 16만8174건(945.78:1)의 청약이 몰렸다.

이번 청약에 동원된 증거금만 해도 13조9126억원이었다. 청약 건수 도합 78만8268건으로, 최소 청약 기준 균등 배정 주식 수는 약 0.06주다. 공모가가 25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주식이었기 때문에 균등배정을 위해 납입해야 했던 금액만도 12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에이피알 주식을 1주도 받지 못했다. 단순 산술계산을 했을 때 16명당 1명 꼴로밖에 기회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에이피알 청약 경쟁률은 작년 IPO에서 흥행했던 두산로보틱스보다도 높았다. 배정이 끝나 오는 2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8960억원으로 시작부터 2조원에 육박한다. 확률은 낮지만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400%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따따블’을 기록한다면 순식간에 시총은 7조원을 넘기며 코스피 시총 60위권으로 진입한다. 코스닥이었다면 시총 5위권 안이다.

이번 에이피알에 대해서는 워낙 시장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흥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회사 측은 이번 흥행에 대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고 자평했다. 뷰티테크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이기 때문에 기술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의 ‘내실’을 감안한다 해도 배정확률이 6%까지 떨어지는 상황은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선 ‘과열’ 얘기까지 나온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약 2000곳의 참여기관 중 97% 이상이 공모가 희망밴드(14만7000원~20만원) 상단·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한 점부터가 그렇다.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부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에이피알 정도 되는 대어급 주식이 상장당일 공모가 대비 50%~400%의 가격 변동폭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날의 수급은 에이피알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소위 말하는 ‘수급 블랙홀 현상’이 생겨나면서 모든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LG CNS, SK 에코플랜트,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SSG닷컴, 야놀자, CJ올리브영, 현대오일뱅크, 마켓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상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에이피알의 움직임은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종목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에 과열 조짐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짚으면서 “실제 투자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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