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올 시즌 다시 유격수로 뛴다. 몸값 '2억8000만 달러'의 잰더 보가츠를 실력으로 한 시즌 만에 밀어내고 본래 포지션을 되찾았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17일(한국시간) 팀 스프링캠프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현지 취재진에게 "올해 잰더 보가츠가 2루수로 이동하고, 김하성이 유격수로 나설 것이다. 김하성과 보가츠에게 직접 그렇게 전달했다. 보가츠도 김하성이 유격수를 맡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하성이 스프링캠프에서 새 시즌 대비 훈련에 돌입했다. 올 시즌 김하성은 다시 유격수를 맡게 됐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스프링캠프에서 새 시즌 대비 훈련을 시작한 김하성 역시 쉴트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유격수로 기용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유격수와 2루수는 물론 3루수까지 소화했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백업 역할에 그쳤지만 2년차였던 2022년에는 당시 팀 간판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며 주전 유격수를 꿰찼고, 빼어난 수비로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에 올랐다. 

그러다 2023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가 메이저리그 특급 유격수로 꼽히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이로 인해 김하성은 2루수로 이동해야 했고,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한 타티스 주니어는 외야수로 전향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2루수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냈지만 팀의 필요에 따라 유격수와 3루수로도 투입됐다. 2루수로 106경기(선발 2루수는 98차례)를 뛰었고 3루수로 32경기(29차례 선발), 유격수로 20경기(16차례 선발) 소화했다. 그야말로 내야 멀티 플레이어였고,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해낸 결과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쉴트 감독이 올 시즌 김하성과 보가츠의 포지션을 맞바꾸기로 한 것은 결국 김하성의 유격수 수비가 보가츠보다 더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가츠로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 있지만 그 역시 김하성의 수비력을 인정하고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였다.

보가츠는 "나는 유격수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이 더 좋은 야구를 하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며 "15초 만에 (2루수로 옮기는)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김하성의 수비력을 인정한다.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며 깔끔하게 2루수 이동을 수용했다.

김하성이 유격수로 뛰게 되면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 입단 당시 4+1년(보장 2800만 달러, 최대 3900만 달러) 계약을 했지만 1년 옵션 대신 FA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FA 2루수보다는 FA 유격수 몸값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김하성은 2루수로 분류될 때도 FA가 되면 평균 연봉 2000만 달러,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받았다. 만약 유격수로도 지난해 정도, 또는 그 이상의 활약을 수비와 공격에서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초대박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김하성은 오리지 '실력'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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