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화학적 결합 실패...통합 11만 파국
당직·정책공약 등 이견에 '선거 지휘권' 갈등 겹쳐 결국 결별
제3지대 빅텐트 향했던 표심 거대 양당으로 이탈할 지 관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새로운미래(새미래)'가 '통합' 11일 만에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당직·정책공약 등에 이어 총선 공천권 갈등까지 겹치면서다. 제3지대 빅텐트가 쪼그라들면서 개혁신당으로 향했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각각 1시간 차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파기를 인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통합 파기 원인을 이준석 대표에게 돌리며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며 "이제 일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사는 제3지대를 향했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다. 통합 개혁신당의 지지율은 지난 1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제3지대 통합 후 첫 조사) 결과 4%였다. 지난 2일 발표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율이 각각 3%였던 것과 비교하면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결국 갈라서게 된 이낙연과 이준석. 제3지대 빅텐트의 와해는 기존 총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참석하는 모습. /사진=미디어펜


여론조사 업체 한국리서치가 KBS(한국방송공사) 의뢰로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7%로 동일했고, 개혁신당은 6%로 여전히 한자릿수였다(전화면접조사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p, 응답률 13.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자릿수에 불과한 이낙연-이준석 통합 실패로 제3지대 파급력은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쪼개진 신당이 거대 양당의 콘크리트 지지층 외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선이 가까워 질수록 제3지대를 향했던 표심은 거대 양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4.10 총선을 앞두고 각각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제3지대의 표가 이곳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결국 양 세력이 민주당과 국민의힘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제3지대 주도권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한 울타리에 못 있고 갈라지는 건, 지역구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이제 조국 신당, 이낙연 신당으로 갈리게 되면 이준석 대표가 얘기하는 두 자리 숫자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기엔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봐도 민주당 쪽 지지자들이 제3신당에 많이 흡수됐다고 볼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은 현역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천을 하고 있다. 이준석 신당에 현역 의원의 영입을 통한 세 불리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이준석 신당과는 달리 호남권에 기반을 둔 이낙연 대표 신당은 사정이 조금 나을 수 있다. 비명계(비이재명계)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이낙연 신당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민주당 지지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20일) 공천에서 탈락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구애의 손짓을 내밀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도덕적·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신당과 달리 이낙연 신당의 경우 민주당 쪽에서 탈당하는 사람들이 새미래로 가면은 확장성이 좀 있을 수 있다"라며 "이럴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준석 신당을 향해서는 "(통합 실패로)조금 더 불리해진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에서는 탈당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고, 탈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준석 신당과는 손을 안 잡을 확률이 높다. 개혁신당이 민주당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국민의힘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은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이 통합의 대열에서 이탈한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며 "언제든지 개혁신당에 다시 합류하길 기다리겠다"라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