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 불확실성 증폭…지난해 수익 악화 돌파 '위기의식'
주요 대기업 총수들, 현장경영·글로벌 행보 강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경영환경을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통산업의 정체를 극복과 함께 신사업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용 절감 등 긴축 재정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환경은 갈수록 악화 중이다. 이른바 '3고(高)'로 불리는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스테그플레이션, 장기 저성장 등의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 4대 그룹 총수 사진./사진=각 사 제공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에도 리스크가 확산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긴장 정세 등 곳곳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불안요인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에너지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사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대외 경제 불안은 이미 장기화 추세로 접어들었고, 재계는 앞으로 글로벌 복합 리스크 시대를 상수로 두고 맞춤형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경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직접 생산라인을 찾으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 있는 삼성SDI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고,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한계 돌파'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심화된 사법리스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현장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크고 작은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삼성전자는 또한 위기 돌파를 위해 9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기로 하고 긴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 악화를 겪은 2009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외 행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최 회장은 연초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2024'에 참석했고, 오는 26~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024'에도 2년 연속 참가한다. 최 회장은 올초부터 인공지능(AI)의 사업화 구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IT·통신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사업장을 순회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등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 역시 비상 경영을 강화하며 고삐를 죄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경영 현안을 공유하는 정례회의 '전략글로벌위원회'가 토요일에 열리게 된 것이다. 대외 환경 악화와 수익성 감소 등 위기를 감지한 경영진이 상시 경영 체제를 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법인 1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시설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수소 생태계에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대외 변수들이 뒤섞이면서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자 또 다른 미래차인 수소차에 재차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는 최근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도 독보적인 수소차 역량을 갖췄으나 전기차 보급 확산이 대세가 되자 수소차 사업에 속도 조절을 해왔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수소에너지 대전환에 대해 "후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생산 품질 향상, 차량 외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판매 확대 등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며 AI 역량을 전사적 차원에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3대 먹거리 중 하나로 AI를 채택해 3조60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LG그룹은 AI 선행 기술 연구부터 상품 상용화, 제조 공정 혁신까지 전 계열사에서 성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기존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통신 노하우를 갖춘 데다 AI를 접목한 새 상품들을 내놓으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으로 외연을 확장 중인 포스코는 최근 '미래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본격 가동한다. 해당 TF는 장인화 회장이 다음 달 21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정식 취임하기 전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주요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겪었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뒤쳐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 기업들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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