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가운데, 22일 여가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배경에 대한 대통령실 설명이다.
당초 여가부 폐지는 2년 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가장 돋보였던 공약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라는 단 5글자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203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얻은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주도로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2건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1년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과반수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서다.
윤 대통령이 이번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자신의 공약과 정책 기조에 맞춰 조직 개편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못한 이유는 민주당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
|
|
▲ 2023년 12월 2일 당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러한 배경으로 '여가부 폐지 보류'는 일종의 '여소야대' 상징인 셈이다.
당장 여가부는 지난 22일 "차관 대행 체제에서 부처의 실국장급에 다른 부처 출신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부처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어떤 부처 출신의 인사를 어떤 자리에 임명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미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에 대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직 개편 전문가인 신영숙 여가부 차관 주도로 업무 이관을 위한 사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음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들은 각 부처로 재이관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회가 재편되면, 때맞춰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재차 논의해 통과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가부 폐지'라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조직 개편 드라이브가 이번 4.10 총선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2년 전 대선과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의 2030 남성 유권자들에게 상당부분 호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과반수 의석을 갖고 간다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이 그대로 간다. 이렇게 될 경우 여가부 폐지가 불가능하고, 반대의 경우 여가부가 없어지고 재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