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하는 제도를 시행한 지 9개월이나 지났으나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3번째 희생자 건물./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5일 LH에 따르면 LH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주택 매입과 관련한 사전협의 신청을 받은 결과 이달 16일까지 316건이 접수됐다. LH는 사전협의 신청이 들어온 주택의 권리분석, 실태조사를 한 뒤 매입 가능 여부를 통보한다.

매입 가능 통보를 받은 피해자가 주택 매입을 요청하면 LH가 경·공매에 참여해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와 매입임대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권리분석 등을 거쳐 '매입 가능' 통보를 한 주택은 58가구, 권리분석과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주택은 87가구다. 하지만 매입 신청이 들어온 주택 중 LH가 경·공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받은 피해주택은 1가구에 불과하다.

'매입 불가'를 통보한 주택은 170가구에 달했다. LH는 '근생빌라' 등 불법 건축물이거나 우선매수권 양도와 관련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경·공매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을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건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불법 건축물이 특히 많았다. 국토연구원은 다세대·연립주택 임차 가구 95만325가구 중 28.8%(27만3880가구)가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저층부에는 근린생활 시설을, 상층부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복합 용도로 배치한 뒤 근린생활시설을 불법으로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가 대표적이다.

일조나 사선 제한으로 건물을 짓지 못하는 베란다나 옥상을 불법 증축하거나 필로티 주차장 또는 1층 외부 공간을 확장해 주택을 만들어 임대한 주택 등도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는 매입 불가를 통보받은 피해자들에게 인근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나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서 협의매수 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경·공매 과정에서는 유찰이 거듭되면서 낙찰가가 낮아질 수 있는데, 협의매수를 하면 반환 금액을 높일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1·10 대책을 통해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에 협의매수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지침 개정을 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이 협의매수 대상이다.

그러나 다른 채권자가 없는 소위 '깨끗한 주택' 세입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협의매수 대상 주택 자체도 적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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