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2018년 취임 후 젊은 감각으로 미래형 그룹 토양 다져
'ABC' 사업에 5년 간 7조 이상 투입…글로벌 선도 그룹 지향점
AI 전사적 적용, 바이오·클린테크 새 먹거리로 집중 육성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신사업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점찍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첨단분야와 친환경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톱티어의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올해 대외 환경이 좋지 않지만 미래를 향한 투자를 구 회장이 직접 지휘하면서 그 결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고객에게 2024년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사진=LG 제공.jpg


26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을 얘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강조한 고객경험 혁신은 A·B·C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구 회장 주도 아래 LG그룹은 ABC 사업에 5년 간 약 7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 인공지능, 전사적 적용 통한 혁신 시도

구 회장은 AI 분야를 미래 게임체인저로 지목하고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AI 분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래 핵심 첨단기술 중 하나다. LG는 이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선행 기술 연구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다룬다는 방침이다.

선행 기술 연구를 통해 구글, 메타 등 AI 선도기업을 따라잡고, OLED, 소재, 서비스, 설계 등 제품화에 차별화 포인트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LG는 AI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5년간 총 3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 6월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의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는 모습./사진=LG 제공

특히 구 회장은 AI를 전 계열사에 접목하라고 주문해 눈길을 끈다.

우선 LG전자는 7억 개의 제품들에서 얻어진 생활 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AI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LG의 기기를 통해 수집,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요구를 예측하고, 자체 개발한 LLM(초거대언어모델) 기반의 추론 대화 패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 AI연구원은 차세대 OLED 발광 재료 성능을 예측하는 AI 모델 등을 개발했으며 고효율 발광 재료 후보가 될 수 있는 물질을 찾아 검증을 하고 있다. 

LG화학은 전사 업무 포털에 도입한 AI 챗봇 '켐봇'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했으며 신약과 신소재 등의 발굴·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앱스토어의 고객 리뷰 분석과 고객 상담 서비스, LG생활건강은 제품 디자인과 화장품 색조 원료의 배합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LG의 AI 청사진은 권봉석 ㈜LG 부회장이 중점적으로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소위 '구광모의 남자'로 불릴 만큼 구 회장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전자 통(通)으로, AI를 가전에 적용시키는 구체화에 성공해 융합형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 바이오·클린테크, 미래 LG 이끌 새로운 무기

바이오 사업은 구 회장의 관심이 깊은 분야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항암 신약개발 기업 아베오(AVEO)를 인수했는데, 당시 구 회장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당시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바이오 사업을 전개하는 LG화학은 지난해 아베오 인수로 매출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LG는 바이오 분야에 5년 간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해 글로벌 톱30위권 제약사를 만든다는 목표다.

선도그룹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택한 방법은 활발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다.

LG화학은 미국 식품의약국 (FDA)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친환경 사업으로 육성 중인 클린테크 분야에도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태양광 패널 필름용 POE(LG화학),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사업과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 관리(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충전인프라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는 클린테크를 통해 RE100을 실현하고, 2030년을 기점으로 강화되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기조에 걸맞는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바이오·클린테크 분야는 주로 LG화학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기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2018년 말 영입한 인사로, 외부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화학·배터리 분야 실적을 인정받아 2022년 재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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