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 규모로 급성장…일각에선 ‘베끼기’ 논란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각사 브랜드를 내걸고 ETF를 출시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이 굳건한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움직임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일각에선 ‘상품 베끼기’ 논란도 일고 있다.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각사 브랜드를 내걸고 ETF를 출시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ETF 시장 급성장세에 따라 국내 관련 업계의 지형 또한 변모하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작년에 ‘순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어젖히며 명실 공히 한국 투자자들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작년 말 121조657억원이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29일 132조8963억원으로 두 달 만에 10조원 넘게 불어났다.

ETF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업종이나 테마 단위로 투자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싶지만 환율 움직임이 마음에 걸리는 투자자들에게도 적절한 투자 겸 헷지 수단으로 정착했다. 올해 들어 1·2월 두 달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갯수만 25개에 달해 전년동기(12개)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ETF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기록이다.

국내 ETF 시장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여전히 삼성과 미래에셋이다. 양사 시장점유율만 해도 각각 40.2%(순자산총액 53조2711억원), 36.9%(48조9840억원)로 합계 77%를 넘어서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KODEX와 TIGER라는 브랜드명을 달고 다양한 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하고 있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의 경우 한국증시 그 자체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교과서 같은 종목이 됐다.

반면 3위부터는 엄청난 경쟁 가도가 펼쳐진다. 점유율 기준으로 하면 KB자산운용 7.5%(10조25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5.2%(6조9912억원), 신한운용 2.4%(3조2046억원), 한화운용 2.37%(3조1493억원), 키움운용 2.36%(3조1267억원) 등이다. 다만 현재 상황을 가미해서 흐름을 보면 상황은 좀 더 역동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22년 배재규 사장의 취임 후 ETF브랜드명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바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말 ETF 순자산 총액 7조215억원을 기록해 작년 말 이후 두 달 만에 1조1036억원을 불렸다. ETF 시장 점유율은 5.28%로 5%를 넘긴 상태다. 전체 운용사 중 가장 빠르게 점유율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과 미래가 아니더라도 ‘히트 상품’을 내면 그쪽으로 돈이 확 쏠리면서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이를테면 KB자산운용의 경우 채권형 ETF에 강점을 두고 있는데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KBSTAR 머니마켓액티브’ 등에 최근 뭉칫돈이 유입되는 식이다.

어떤 종목과 테마로 ETF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크게 달라지다 보니 ‘베끼기’ 논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2차전지‧반도체 같은 유망 섹터가 부각되면 타사 ETF와 거의 유사한 상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식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거래소가 직접 나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달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을 도입한 한국거래소는 내부에 ‘ETP 신상품 심의위원협의회’를 꾸리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국내 중대형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순발력 있게 반영한 ETF는 중위권 회사들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 잡음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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