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일반산업단지와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자리
레미콘 공장 소음·먼지 우려…단지 뒤 무덤 다수
인프라·분양가 등 지제역세권보다 매력 떨어져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레미콘 생산 공장에서 나는 소음은 끊이지 않았다. 공장 안 대형 시설물은 끊임없이 소리를 냈고 레미콘 트럭이 오갈 때마다 뿌연 먼지가 발생했다. 병풍처럼 펼쳐진 공동묘지는 덤이다.

7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 송탄일반산업단지. 이곳은 제약을 비롯해 알루미늄 등 각종 금속 공장 등 다양한 산업시설들이 자리한 넓이 32만평의 산업단지다. 산단 북쪽 끝에는 레미콘 생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공장 앞에는 10m 미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가 부지 조성에 한창이었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는 평택가재피에프브이가 시행하고 효성중공업이 시공한다. 

   
▲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부지 맞은편 평택시 송탄일반산업단지에 자리한 레미콘 시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평택 가재지구 1블록에 위치한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는 오는 1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양일정에 돌입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 동, 전용면적 84㎡~103㎡ 총 1209가구 대단지다. △84㎡A 809가구 △84㎡B 240가구 △103㎡ 160가구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84㎡ 4억9900만 원, 103㎡ 5억9700만 원이다. 

청약 전망은 어둡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현장 확인결과 무엇보다 '교통여건'과 '생활환경'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지명에는 최근 GTX A·C 연장이 확정된 '지제역'이 붙어있지만 실제로 역까지 거리는 도보로 50분, 버스로 30분가량 소요됐다. 

또 단지가 송탄일반산업단지와 맞붙어 있어 소음과 먼지 등도 우려된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단지배치도에서 산단과 단지 사이에 완충녹지 40m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단지 주변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레미콘의 소음과 자욱한 먼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 터 고르기에 한창인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부지 뒤로 공동묘지가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의 정면이 답답한 '산단뷰'라면, 후면은 오싹한 '묘지뷰'다.

단지 북동쪽 가까이 평택시에서 운영하는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포크레인이 쉼 없이 흙을 파고 덤프트럭이 바삐 오가던 이날 공사현장에서도 검은 비석과 꽃이 놓여진 묘지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묘지 이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한 관계자는 "가재2지구가 개발되면 묘지가 이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개발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다. 1지구도 개발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미콘 공장 이전 소식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단지 주변 생활인프라도 부족했다. 산단 인근이기에 황량하다고 할만큼 입주민들이 이용할 만한 상권이나 문화시설 등은 보이지 않았다.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홈플러스, 인근에 2025년 개장 예정으로 알려진 코스트코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교육환경도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장당중·이충중·은혜중·태광중·송탄중·라온중·효명중 등으로 배정되는데 대부분 4~5㎞ 떨어진 곳에 위치해 도보 통학은 사실상 불가하다. 단지와 가장 가까운 효명중조차 도보로 30분이 넘게 걸린다.

단지 주변으로 학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나 버스를 타고 학원들이 밀집한 중앙동이나 동삭동 등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차로는 10분 내외지만 버스로는 30~40분가량 소요되는 곳들이다. 이를 의식한 듯 분양 홈페이지에서는 'YBM 교육특화 프로그램 및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 공고문에 '2년간 한시적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 펜스로 가로막힌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왼쪽)와 '송탄일반산업단지'(오른쪽)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가재1지구에는 지난해 6월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블록(1152가구), 지난해 12월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1340가구)에 이번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1209가구)까지 총 3701가구가 공급된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지역에 3000가구가 넘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4·5공장 건설 잠정 중단 이슈도 부정적인 요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일시적인 중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사가 아예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사 중단 소식 직후 청약에 나선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도 일반분양 1070가구 모집에 640개 통장만 들어오는 데 그치며 평택 분양 시장 전반이 침체된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분양에 나선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의 경우 0.85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미달을 기록하고, 최근까지 미분양 소진을 위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의 시행사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와 동일한 평택가재피에프브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에 미분양이 발생한 상황에서 분양가 등 조건이 비슷한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많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효성중공업의 주택브랜드 '해링턴플레이스'의 선호도가 쌍용건설의 '더플래티넘'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부분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유상옵션 목록 일부./사진=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입주자모집공고

일각에서는 평택가재피에프브이(시행사)와 효성중공업(시공사)이 과도한 옵션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단지에 청약을 고려 중이라는 40대 주부 B씨는 "시스템 에어컨과 발코니 확장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샤워기·세면대·욕조의 수전, 침실 붙박이장, 주방 환풍기 등 필수적인 부분까지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의 유상 옵션을 전부 선택하면 8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를 분양가에 더하면 84㎡B 가격은 약 5억8000만 원에 달하게 된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각종 인프라를 갖춘 지제역 역세권 내 신축급 단지를 매매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84㎡는 지난 1월 5억1000만 원에 팔렸다. 해당 단지는 2020년 8월 준공됐다. 2022년 12월 입주한 e편한세상지제역 84㎡도 현재 6억2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다만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가 당장 미분양 물량을 남기더라도 추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물량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한 대표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가 산단과 가깝다는 점은 세입자를 구하는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실거주보다는 직주근접을 활용한 투자 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디어펜은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 사업주체의 입장을 듣고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모델하우스도 방문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