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서도 모임통장을 선보일 예정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급증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으로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통합 금융 어플리케이션 ‘SB톡톡플러스’ 경쟁력 제고 등 IT 역량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연내 모임통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모임통장은 여러 사람이 친목·여행 등을 목적으로 한 계좌에 회비를 내고 사용하는 상품으로 친구·동호회 등 다양한 친목모임에서 사용된다.

   
▲ 사진=미디어펜


모임통장은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간편하고 다양한 기능을 앞세워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모임원 수는 지난해 1월말 기준 14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토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지난해 2월, 8월 모임통장을 출시했으며,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에서도 최근 들어 모임통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저축은행이 뛰어드는 것은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모임통장은 예적금상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월 현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쓰기 때문에 은행을 바꾸는 일도 거의 없다.

시중은행은 요구불예금(보통예금, 급여통장, 수시입출금예금 등) 등 저원가성 예금이 많은 반면 저축은행은 수신 대부분이 정기예금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요구불예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 경색 이후 자금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은행권도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렸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저축은행은 최대 연 6%대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했다. 이에 79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지급한 누적 이자비용은 4조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나 늘었다.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저축은행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 1413억원(누적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다. 분기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4년 6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저축은행들은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고금리 상품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71%로 3%대로 내려왔다. 전월(3.78%)과 비교하면 0.07%포인트 낮아졌다.

예금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대비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신 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0조2384억원) 대비 13조893억원 감소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1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4월(109조7933억원) 이후 20개월만이다.

이에 저축은행은 낮은 금리로 수신 잔액을 확보하기 위해 모임통장 서비스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은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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