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올해 성적 문제로 고민하다 소중한 생명을 버린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교육의 과도한 경쟁체제가 어린 학생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넣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30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생 자살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17일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61명이다.
2009년 202명이나 됐던 자살학생은 꾸준히 줄어 지난해 118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도 감소 추세로 파악된다.
올해 자살한 학생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가정불화·가정문제가 17명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성적불량·성적비관(14명), 기타(10명), 우울증·염세비관(8명), 원인미상(7명), 이성관계(3명) 등 순이다.
특히 성적불량·성적비관으로 인한 자살은 벌써 작년 한 해 9명보다 5명이 많고 2013년의 12명을 넘어섰다.
올해 통계는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어서 앞으로 성적 문제로 인한 자살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적불량·성적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은 2009년 23명, 2010년 18명, 2011년과 2012년 각각 16명을 기록했다.
올해 성적불량·성적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은 초등학교 1명, 중학교 6명, 고등학생 7명이고 남학생이 10명으로 여학생(4명)보다 많다.
또 전체 자살학생의 23.3%로 2009∼2014년 평균 10.7%(878명 중 94명)의 2배가 넘는 비율이다.
정부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고통은 여전히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자살한 초·중·고 학생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9명으로 전체(61명)의 31.1%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서울(6명), 부산(5명), 대전(5명), 충남(5명), 경남(4명), 인천(4명) 등으로 나타났고 제주와 전북, 세종은 한 명도 없다.
경기의 압도적인 비중은 학생 수가 많은 영향이 크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지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각종학교 등 초·중등학교 학생은 163만명으로 전체 633만명의 25.8%다.
반면 서울의 자살학생은 지난해에는 25명으로 경기(26명)와 비슷했지만 올해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전국 학교장들에게 자살 근절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자살학생 예방에 공을 기울였다. 올해 자살학생은 두자릿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교육당국은 학교 현장의 자살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자살징후의 조기발견에 힘쓰면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학생자살은 가정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교육당국의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교육부는 물론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학생자살의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