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이집트 법원이 아랍권 최대방송 알자지라 영어방송 기자 3명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 절차의 공정성에 물음표를 던지며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유엔 기구와 국제 언론단체,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등이 이번 판결에 공개적으로 항의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이에 항의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와 이집트 언론을 인용해 30일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카이로법원은 전날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허위 보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호주 국적의 피터 그레스테와 캐나다-이집트 이중 국적자인 무함마드 파흐미, 이집트인 바헤르 무함마드 등 3명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
|
|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실형을 선고 받은 알자지라 기자들이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다 재판 절차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실형 선고에는 이집트에서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HCHR) 대변인은 "우리는 알자지라 기자 3명에 대한 실형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번 선고는 이집트 기자들이 제 본분을 다하는 데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성명을 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며 "반 총장은 이집트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중요성과 다양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이번 선고는 이집트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고 미국도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이집트가 이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고 전했다.
줄리아 비숍 호주 외무장관도 "이 판결에 당혹스럽다"며 "그레스테의 혐의를 지울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도 이 판결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파흐미 기자의 즉각적인 석방과 송환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언론인협회와 국제 민간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 국제앰네스티도 각각 성명을 내고 이집트의 판결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법원 판결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전 연설에서 "이집트 사법부는 독립 기관"이라며 "우리는 사법부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