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희귀 신경질환 환자들의 쉽지 않은 삶과 특별한 재능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해온 미국의 저명 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30일(현지시간)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그는 직접 만난 환자들과의 경험을 토대로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을 출간해 '의학계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연합뉴스는 색스가 이날 미국 뉴욕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비서는 사인이 암이었다고 말했다.

▲ 미국의 저명한 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30일(현지시간)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색스는 올해 2월 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을 공개했다. 그는 "남은 몇 개월을 어떻게 살지는 내게 달렸다“며 ”풍성하고 깊고 생산적으로 살고 우정을 깊게 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더 많이 쓰고 여행하면서 인식과 통찰력의 새 지평에 다다르려 한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받은 만큼 많은 걸 돌려주었다"라며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고 이는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라고 기고문을 맺었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색스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196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얻어 만난 수많은 환자들의 사연을 그만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에 소개했다.

그는 대중이 뚜렛증후군이나 아스퍼거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평소에 "스스로 신경학자인 동시에 탐험가라고 여기는 게 좋다"고 말해왔다.

한편 그의 저서는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소생'이라는 책은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했으며 한국에는 1991년 '사랑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