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이 주총 표 대결로 이어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법원 판결에 따라 판세 갈릴듯
유한양행, 회장·부회장직 신설...회사 사유화 논란에 몸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대표이사 연임 여부와 오너 2~3세 경영 참여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지만, 올해는 경영권 분쟁과 직급 신설에 따른 사유화 논란 등을 빚고 있는 일부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 지난해 3월 열린 한미약품의 제13기 정기 주주총회./사진=한미약품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모친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가닥 잡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정기 주총을 진행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에서 내세운 이사 후보 6명과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며 경영 복귀를 선언한 임종윤·종훈 사장이 제안한 이사 후보 5명에 대한 선임안이 주요 안건으로 오른다. 

한미약품 사내 이사 중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은 현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재선임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한미사이언스가 내세운 신규 사내이사 후보는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본인들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자회사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아 직접 그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2인으로 권규찬 디엑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사봉관 변호사를 제안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장차남의 합계 지분은 28.4%로 모친인 송 회장과 3.5% 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 외 한미사이언스의 다수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등이 있다. 다만 재단과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만큼 신 회장의 결정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총에 앞서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판세가 갈릴 것이란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치열한 표 대결이, 기각된다면 송 회장 측으로 무게 추가 기울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약품과 OCI 통합 과정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28일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본점인 팔탄공장 인근에서 정기 주총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주총 관련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한양행은 오는 15일 본사에서 주총을 개최하면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에 대한 정관 개정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은 창업주인 故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전 고문이 물러난 이후 30년만에 부활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에 올라 회사를 사유화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이에 대해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 향후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 정관상 대표이사사장으로 표기돼 있는 것을 표준 정관에 맞게 대표이사로 변경하기 위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도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의 연임도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호실적을 이끈 만큼 올해도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조 대표는 2021년 3월부터 대표이사로 역임했으며 이번 주총을 통해 연임이 확정될 시 임기가 3년 더 늘어난다.

이밖에 대웅제약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신임 대표가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호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 밖에 주요 안건으로 이창재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박은경 마케팅본부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조영민 후보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등을 상정한다.

또 종근당은 이달 28일 정기 주총에서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를 재선임하고, 이동하 종근당 기획팀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고 공시했다. 같은날 주총이 열리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도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도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제약사도 있다. GC녹십자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이달 28일 정기 주총에서 시장조사와 경영자문 및 컨설팅, 특허권·지식재산권 관리와 자회사 상품 또는 용역 공동개발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조아제약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총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단미사료 및 배합사료, 기타사료 등의 제조·판매업'과 '사료, 애완 동물 및 관련용품 도소매업'을 추가하는 일부 정관 변경 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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