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최근 사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이 늘어난 추세다. 이혼할 경우 재산 분할은 채무 상관없이 양쪽 재산을 합한 뒤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24년 전 결혼한 A씨(47·여)와 B씨(52)의 부부관계는 결혼 초부터 삐걱거렸다.

아내 A씨는 남편이 생활비와 두 아들의 자녀교육비 등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불만을 품었고, 남편 B씨는 아내가 화장품 방문판매원 등의 일을 하면서 빚을 지는 등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자주 다퉜다.

그러다 7년 전 A씨가 B씨의 대출 위임장을 위조해 금융회사에서 7000여만원을 대출받은 사건으로 둘 사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후 A씨는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고 두 사람은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했다. 이듬해부터 A씨는 수시로 외박을 하면서 B씨가 없을 때에만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만났다.

부부관계가 파탄 나면서 두 사람은 외도하기 시작했다.

B씨는 2013년 다른 여성과 모텔에 갔다가 이를 눈치 챈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모텔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 A씨는 B씨와 상대 여성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집에서 나와 별거하기 시작했다.

B씨 역시 A씨의 외도를 의심하던 중 A씨가 다른 남자와 모텔에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경찰과 함께 객실로 들어가 증거물을 수집, 간통 혐의로 고소했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혼인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이 쌍방에게 있고 그 정도가 대등하다며 이혼을 허가하고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재산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A씨 45%, B씨 55%로 결정됐다.

A씨에게는 채무가 3000여만원, B씨의 순재산은 2억8000여만원이었지만 두 사람의 재산을 합산한 뒤 분할 비율에 따라 나누자 B씨가 A씨에게 1억3000여만원을 주게 됐다.

두 사람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C씨(55·여)와 D씨(57) 부부의 이혼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다.

25년 전 결혼할 당시 아내 C씨가 모은 돈으로 집을 임차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3년 뒤 C씨가 직장을 그만두며 받은 퇴직금과 금융기관 대출금 등을 합해 빌라 한 채를 사들였다.

12년 뒤 이 빌라를 재건축하면서 그 비용을 은행에서 C씨 명의로 대출했고 이후 이 채무의 이자 지급이 연체되는 등 경제적인 문제가 커지면서 다툼이 잦아져 D씨가 집을 나갔다.

D씨는 이 빌라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1억3000만원을 대출받아 은행 채무를 갚고 나머지는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썼다. C씨는 결국 지난해 이 빌라를 팔아 채무를 모두 갚고 나머지 돈으로 전셋집을 구했다.

C씨는 D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D씨는 C씨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집을 나가 일방적으로 별거를 시작한 D씨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D씨가 C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주라고 명했다.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이 C씨 70%, D씨 30%로 결정돼 C씨는 남은 전세보증금 1억7000만원 중 5100만원을 빼 D씨에게 주게 됐다.

2012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 청구는 2011년에 1만4031건으로 전체 이혼 소송의 12.4%를 차지했다.

장진영 서울가정법원 공보관은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은 협의이혼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협의이혼은 법원이 이혼 사유를 자세히 묻지 않기 때문에 관련 통계를 내기는 어렵다"며 "여러 이혼 소송을 보면 경제 문제가 이혼의 주된 원인들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