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글로벌사우스 외교'와 北관련 주목…진영화 심화 가능성”
해 넘긴 한중일 정상회담·시진핑 방한 모두 여전히 해결 난망
“한국과 중국 모두 관계개선 급하지 않아, 올해 시험대 우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의 한해 국정운영 방향을 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폐막하자 리창 중국 총리의 방북설이 나왔다.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른 것인데, 중국 총리가 직접 평양에 간다면 북일 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양회에서 나온 중국의 국정 방향에 대해 대내적으로 총리의 권한과 역할 축소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권력집중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국무원 조직법이 바뀌면서 총리책임제를 약화시켰고 대신 전체회의가 강화됐다. 특히 양회 폐막식 이후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총리 기자회견이 폐지됐다. 총리의 권위를 드러내던 정치 이벤트가 사라진 대신 핵심 부장들이 정부의 정책을 설명했다.
 
이미 집권 3기를 맞은 시진핑 1인 체제를 더욱 공고화시키고 제도화한 것이다. 황태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외교정책 및 대외관계, 양안관계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 1인의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하게 작동할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왕이 외교부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장관인 외교부장의 교체설이 이미 나와있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왕 부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신 이번에 차관인 외교부부장에 천샤오둥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가 임명됐다. 이에 따라 외교부부장은 마자오쉬, 쑨웨이둥, 덩리까지 모두 4명으로 늘었다. 

왕 부장은 지난 7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에 대해선 공정한 경쟁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제안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양국 관계 발전은 세계발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불가피한 요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화와 협상 재개를 말하면서도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연 부연구위원은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 대선까지 상호 충돌을 자제하고 안정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양국은 정치, 경제, 통상, 첨단기술 등 전 분야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현재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다만 이런 중러 관계의 강화가 EU와의 관계에 부담이 되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6.20./사진=조선중앙통신

황 연구위원은 한중 관계에 대해선 “중국의 기존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 의지가 안 보인다”면서 “이는 미중관계 악화가 고착화되고 진영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대미 경쟁 차원에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 중국이 특히 강조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외교와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왕 부장은 “브릭스 및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의 집합체인 글로벌 사우스가 침묵의 다수가 이난 국제질서 변화의 핵심세력이 됐다”며 이들과 협력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1월 15~20일(현지시간) 열린 제19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와 1월 21~22일 제3차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황 연구위원은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미연대를 강화해 새 국제질서를 창출하려는 전략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반미 공동전선이 강화된다면 북한은 이를 활용해 핵보유 정당성 선전을 강화하고, 진영화를 더욱 구축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선 미국 등 우호국가와 연대 강화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지만 한중일 정상회담 일자를 정하지 못했다. 2019년 이후 중단된 차기 한중일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공을 들였지만 당시 왕이 부장은 공동 기자회견에도 불참하고 서둘러 출국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3자 공조가 긴밀해진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한국은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소홀히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처럼 군사협력을 하는 대신 경제교류를 강화할 조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것에도 중국의 시선을 뺏기고 있다. 과거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자 시진핑 주석이 비로소 처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처럼 북한은 대중국 협상에 일본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중국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해 여러모로 압박하려는 태세가 여전하다. 결국 중국은 한국과 관계 개선이 급하지 않은 것으로, 올해가 한중관계에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은 “미중전략경쟁 시기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중국과 당당한 중국외교를 표방한 윤석열정부와 접점을 거의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위를 확신하는 윤석열정부나, 미중경쟁에서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보는 중국 모두 시간이 자신의 편인 것으로 여긴다. 올해 한중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들어서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