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김은혜 등 여권서 "부적절" 분출…경질 목소리 커
민주당 호재 속 한동훈 "이종섭, 즉각 귀국…황상무, 거취 정해야"
정권심판론 프레임 벗으려면 尹 결단 필요…당정 갈등 '재점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공수처) vs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다."(대통령실)

국방부 장관 당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실은 18일 오전 언론공지를 통해 "이 대사는 대사 부임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통보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공수처가 제22대 총선을 4주 앞둔 상황에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종섭 대사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공격을 가하는 '정권 심판론' 프레임에 힘을 싣는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또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거취 문제도 그렇다.

이 대사 논란과 함께 맞물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퇴 불가피론이 여론 악화에 따라 급등하고 있다.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사진=(좌)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연합뉴스


일종의 용산발 '총선 리스크'가 최대치로 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와 황상무 수석에 대해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실 공식 입장은 아직 변한게 없다. "여론 악화 황상무 '자진사퇴'로 가닥"이라는 제목의 18일 문화일보 1면 기사에 대해, 이날 오후 따로 언론공지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상황은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당부터 대통령의 결단을 재촉하고 나선 모양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은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프레임은 정권 심판론도 야당 심판론도 아닌 정치 심판론"이라고 말했고, 안철수 의원도 "부적절한 막말과 시대착오적 망언에 대해선 읍참마속의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홍보수석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을 후보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대통령실 안팎에 대한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황 수석 및 이 대사에 대한 인사 조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이 대사가 "이미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직접 밝힌 만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다고 읽힌다.

문제는 총선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판세다. 수도권 각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부터 하루하루 시민들의 시선과 태도가 달라진다고 아우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 출마 국민의힘 후보는 본보의 취재에 "지난주 내내 날이 갈수록 유권자 목소리가 달라지는 걸 피부로 체감한다"며 "대통령실에서 나온 리스크에 스스로 책임지고 결단을 내려야 여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경기 남부 지역에 출마한 또다른 국민의힘 후보도 본보 취재에 "24시간 1분 1초가 급하다"며 "기존에 대통령이 밀어붙이던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접전지든 험지든 출마한 후보는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선거를 말아먹자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경기 북부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또한 본보의 취재에 "윤 대통령이 이번 논란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는 하지만, 결단의 시간이 늦을수록 상황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번 총선의 승리가 필수인데, 뭉개기 식으로 하다간 접전지 모두 패색이 짙어진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이제는 시간이 금이다. 논란에 대응하는 하루하루가 아쉬운 실정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사와 황 수석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