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투자자‧기업에 의한 환경변화‧제도개선 필요
   
▲ 경제부 이원우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어딜 가나 밸류업 얘기 뿐이다. 많은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교차한다. 그만큼 국내 증시 부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울분과 설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 13일 있었던 금융감독원-개인투자자 간의 토론회다.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가 참석한 것으로도 화제였던 이 자리에서 박 작가는 당국과 일선 증권사를 향해 여러 차례 ‘사자후’를 지르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견해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앞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후련하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당국으로선 억울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박 작가가 마음껏 사자후를 지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은가? 어쨌든 얘기를 들어보려고 귀를 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듣는 시늉’이라 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오는 6월까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금융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치고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이다. 부작용이 너무 심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데도 투자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번엔 포커스가 일선 기업들로 넘어간다.

얼마 전 어느 신규상장 기업 대표가 IPO 간담회 자리에서 ‘주가는 신경 안 쓴다’는 취지로 발언해 작은 파문이 일었다. 신규상장주에 투자하는 입장이라면 상장 이후 오버행(일정 시점 이후 쏟아지는 매도물량) 이슈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상장기업 대표라는 사람이 그 이슈에 대해 저런 얘길 한 것이다. 

그만큼 실적 개선에 먼저 집중하고 싶다는 취지였다지만, 저런 마음으로 왜 상장을 하는 건지 의아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주가를 신경 쓰고 싶지 않으면 상장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저 발언은 일선 기업들이 주주들을 얼마나 등한시하고 있는지 그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의 상황이 이럴진대 대기업들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가혹해진다.

   

주식시장에 자신의 귀중한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 주주들은 물론, 장기간 주식시장에 머물며 기업들을 분석하고 투자자들을 교육하는 전문가들 중에서도 상장기업들이 소액주주 대하는 걸 보고서 한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걸인에게 동냥하듯 소액주주를 대한다는 인상을 받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결국 한국 증시의 밸류 다운(value down) -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투자자‧당국‧기업 등 세 주체가 다차원적으로 엮여있는 난맥상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이 셋은 서로를 오해하고 때로는 미워하거나 혹은 귀찮아하며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다만 옆 나라 일본에서 독특한 모멘텀을 만들면서 상황이 변화될 희망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먼저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닛케이 지수를 사상 최고가까지 끌어올리며 성공 사례를 만든 것이다. 

이는 ‘한국증시는 안 된다’는 패배감을 갖고 있던 다수에게 새로운 ‘환경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보다 침체가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던 일본이 성공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밸류업 성공 비결에는 결국 적합한 ‘제도 개선’이 있었다. 길게는 1999년부터 제도개혁을 추진하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가치와 권리가 균형 있게 다뤄지는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됐다. 한국에도 한국의 상황에 맞는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기업‧금융당국‧투자자라는 세 주체가 ‘환경 변화’와 ‘제도 개선’이라는 두 요소와 성공적으로 융합되는 ‘밸류업’의 결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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