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반대"…'선명성' 택한 녹색정의당, 범진보 선거연합 불참
제3지대 출몰에 지역구도 비례도 경쟁력 상실…원내정당 퇴출 위기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오는 4·10 총선에서 군소 정당의 약진이 기대되는 가운데 원조 제3정당인 녹색정의당만 나 홀로 침체하는 분위기다. 녹색정의당은 범진보세력 선거연합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선택했지만 선명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3지대의 등장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 원내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포착된다.

녹색정의당은 오는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합류를 거부했다. 원내 군소 정당인 새진보연합, 진보당이 원내 진입을 위해 선거연합에 합류한 것과 상반된 결정이다. 녹색정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 탄생에 일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 오는 총선에서 군소 정당의 약진이 기대되는 가운데, 독자노선을 선택한 녹색정의당이 나 홀로 부진한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이들은 지역구에서 범진보 세력 간 후보 단일화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오는 총선에서 독자노선을 선택해 진보 정당으로서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녹색정의당은 지난 18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현 의석수(6석) 사수를 목표로 총선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진보의 선명성을 강조했음에도 유권자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녹색정의당 지지율은 1.5%로 집계됐다. 비례정당 투표 선호도에서도 2.7%의 지지율을 기록해 비례대표 의석 할당기준인 3%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지지부진한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녹색정의당이 제22대 국회에서는 원내에서 퇴출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녹색정의당의 침체에는 정당 자체 경쟁력 상실도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교차투표의 반사이익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배경으로 꼽힌다. 제3지대의 등장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정의당은 지역구에서는 거대 양당을, 비례대표에서는 정의당에 투표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의 교차 선택으로 의석수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오는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 비례대표 정당의 선택지가 다양해져 중도층의 표가 분산 돼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녹색정의당이 오는 총선에서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진보 정당으로서 진보 지지층의 마음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노선을 선택했어야 했지만, 방향성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내부에서 사분오열된 것이 (지지층 외면의) 가장 큰 원인이고, 제3지대 등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도 녹색정의당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했다. 2024년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조사를 실시했고,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유선ARS(3%)와 무선ARS(97%)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