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5일 개최 예고보다 사흘 미뤄져 호주대사관 업무 공백 커져
4월 전체 재외공관장회의 뒤 5월 한-호주 2+2회의까지 체류 예상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중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가 오는 28일 열린다. 당초 25일 방산협력 공관장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고된 것과 달리 사흘이나 더 늦어지면서 이 회의에 대한 ‘급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주 목요일(28일)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일정 중 하나인 방산 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가 개최된다”며 “참석자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조망하고 우리 방산수출 관련 현안과 정책과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외교부는 지난 20일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25일부터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결국 이종섭 대사가 귀국한지 1주일 뒤에야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공관장회의가 시작되기 전 이 대사의 국내 체류 일정이 공무에 속하는지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 대사에 대한 논란은 지난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다. 그동안 장관급이 가지 않던 호주대사직에 굳이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던 인물을 임명한데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수여식도 치르지 않고 서둘러 현지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초 공수처가 이 대사에 대해 출국금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고, 이 대사는 출국 시점을 한차례 연기했다가 마치 도주하듯이 출국했다.

현지에 부임한지 11일만인 21일 귀국하면서도 이 대사는 호주발 인천행 직항편을 타는 대신 싱가포르를 경유했으며, 실제로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이날 새벽 5시부터 야당의원들과 취재진이 공항에 대기하며 혼선도 빚어졌다. 이 대사는 귀국일성으로 “체류기간 중 공수처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길 기대한다”며 소환조사를 촉구했지만, 이에 대해 공수처는 “당분간 소환조사가 어렵다”고 밝힌 상황이다. 

   
▲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은 국방부 장관 시절인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2023.3.2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따라서 이번 이 대사의 귀국이 공수처와 사전조율된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일정까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호주대사관의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오는 4월 22일부터 전체 재외공관장회의가 예정돼있어 이 대사의 호주대사관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이 대사가 전체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은 물론 이후에도 국내에 머무르다가 4월 말 또는 5월 초로 예정된 한-호주 외교·국방(2+2)회의 일정까지 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재외공관장을 둘러싸고 이례적인 상황도 계속 나왔다. 외교장관이 이 대사를 비롯한 대사들과 개별 업무협의를 한 보도자료가 발표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및 이준호 주카타르대사와 각각 업무협의를 가졌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대사보다 상급자인 외교장관이 소속 재외공관장들과 개별적으로 접견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보도자료 배포도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3.22(금)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접견했으며, 25일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26일 류제승 주아랍에미리트대사와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각각 접견한 사실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이 대사의 귀국 활동이 공무적 성격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사는 귀국한 직후 주말을 제외하고 5일동안 다른 일정들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유관기관 방문과 관련 인사 면담 등 공식 일정을 매일 가질 예정”이라면서 “다른 공관장(폴란드, 인도네시아, 사우디, UAE, 카타르 대사)들도 4개 부처 장관·청장을 각각 개별적으로 만나서 업무협의를 하고 유관기관 방문 일정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이 대사의 조기 귀국과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는 4.10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도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정부의 설명은 ‘방산수출 규모가 늘어나 이런 방식의 회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귀국이 예정됐던 4월 22일 전체 재외공관장회의 일정보다 불과 한달여 전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를 열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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