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해외 공장 매각 속도…석화 불황 '구조적 문제' 인식
자산 매각해 비용 절감, 신사업에 집중 투자…체질 개선 나서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롯데케미칼이 한계사업 정리를 통한 비용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어붙은 석유화학 불황으로 인한 적자에서 벗어나고, 신사업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자회사 'LC타이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사진=롯데케미칼 제공


LC타이탄은 전형적인 석유화학 생산 설비로,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한다. 지난해 수요 감소로 이 공장에서만 612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이처럼 해외 생산라인 위주로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있는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을 현지 협력사에 매각했다. 기초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산으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현지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파키스탄 법인 LCPL은 지분 75.01%를 양도하는 방식의 매각을 단행했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을 생산하는 중국 허페이법인과 폴란드 판매법인 롯데케미칼폴란드, 페트(PET)와 나일론을 생산하는 계열사 케이피켐텍 등도 모두 처분했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석유화학 공장을 처분하는 것은 중국발 물량공세로 시작된 불황이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만 34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는데, 이 마저도 앞서 언급한 해외 자산 매각으로 상쇄한 것이다. 2022년에는 작년 적자의 두 배가 넘는 7626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2년여 동안 석유화학 기초 소재 분야에서 내재화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대대적인 설비 증설을 단행했고, 품질도 향상시켰다.

값싼 중국산 플라스틱이 세계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과잉을 불러왔고,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원가 상승으로 우리나라 화학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불황이 이미 구조화됐고, 올해는 작년보다는 낫겠지만 대세적인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롯데케미칼은 경쟁사에 비해 전통사업 비중이 높고, 신사업으로의 전환 속도가 늦어 더 큰 적자를 본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한계사업 정리 작업인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업체는 고부가 스페셜티, 그린소재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과 수소 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신사업 확장을 위해 올해에만 3조6000억 원 가량의 관련 설비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둔화되고 수요도 다소 회복되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하반기 이후에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며 업체들이 한계사업 정리 등 다양한 자구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