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야권의 신당·분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한동안 잠잠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9월의 시작인 1일 또 한번 들썩였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이르면 내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당 추진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한데다, 이날 박주선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심장부'인 호남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주류 핵심인사인 박 의원은 정기국회 첫 날인 이날 성명을 내고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친노 패권주의와 혁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한 당에서 동거할 수 없다"고 탈당을 강력히 시사하며 '파란의 방아쇠'를 당겼다.
앞서 문 대표는 전날 서울 기초의원 연수 간담회에서 "분당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지만, 오히려 박 의원은 이를 두고 "친노 수장다운 착각과 오만"이라고 비판하면서 분당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에서 비주류의 대표격인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은 좋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최고위원은 "한명숙 전 총리나 박기춘 의원 건 등을 두고도 (특정 계파에 편파적이라는) 오해를 받았다"며 "(문 대표가) 대표로서 중심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런 와중에 광주·전남 출신 의원 20여명은 이날 예산협의를 위한 오찬간담회를 가져 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 자리에는 천 의원도 동석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호남 민심이나 신당론과 관련한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며 파장의 확산을 막고자 부심했다.
이처럼 위기감이 커지자 문 대표는 오는 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예산협의차 광주·전북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며 민심을 다독이기로 했다. 호남 방문에 앞서 2일까지는 호남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미리 호남 민심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문 대표는 "분당론에는 실체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전날 기초의원 연수간담회에서 "일부 분파적인 행동들 때문에 분당이란 말에 빌미를 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1일에도 기자들이 박 의원의 성명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제 그만 (질문)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차단막을 쳤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문 대표의 노력과는 별개로 당분간 신당·분당론이 계속 번져나가 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위원회의 공천룰 쇄신안 중앙위 의결이 16일로 다가온 가운데, 혁신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곧바로 원심력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비주류를 중심으로 혁신안에 대한 불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김한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많은 애를 쓰긴 했지만 그 성과가 국민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더 큰 변화와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도 "혁신안이 공천만 언급할 뿐 정치혁신을 언급하지 않으니 국민이 관심이 없다. 최고위원제 폐지 등 당 체제를 바꾸는 데에만 포인트를 뒀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애초 신당·분당론의 분수령은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