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미국 국무부가 31일(현지시간) 추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에서 재임 당시 기밀로 분류됐던 내용이 발견되지 않아 그가 사법처리는 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된 이메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패드 충전법 등 기본적인 정보기술(IT) 기기 지식이 부족한 가운데 국무부의 복잡한 기밀 분류 체계에 때로 짜증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무부는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이 2009∼2010년에 주고받은 이메일 총 4천368건, 7천121쪽 분량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따라 그가 국무부에 제출한 이메일 중 약 25% 이상, 1만3천269쪽 분량이 지금까지 공개됐다.
국무부는 이번 공개에 앞서 이메일 중 125건이 기밀 분류 등급 중 최하 등급인 대외비(confidential)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부분을 삭제한 채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재임 시절에 기밀 분류된 이메일은 없었다고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부분만 보면 클린턴 전 장관 자신이나 최측근 인사가 개인 이메일 사용과 관련해 형사범죄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기밀 분류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이번 사안에서 범죄가 성립하려면 클린턴 전 장관이나 측근 인사들이 기밀 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잘못 다뤘음을 수사 당국이 입증하거나, 또는 당연히 기밀로 분류돼야 하는 매우 민감한 정보가 이메일에서 발견돼야 한다.
그러나 국무부 관리들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클린턴 전 장관이 재직 당시에 기밀 분류된 내용을 개인 이메일로 송수신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는 지적했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2010년 7월 측근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패드 충전법이나 뉴스 앱 업데이트 방법을 묻는 등 기본적인 IT기기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았다고 AP는 전했다.
이 이메일을 받은 측근이 아이패드가 와이파이(Wi-Fi)에 연결돼 있냐고 묻자 클린턴 전 장관은 "연결돼 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부의 기밀 분류법 및 이메일 사용을 불편해하며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2010년 2월 그는 제이컵 설리번 국무부 정책기획국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발표한 공개 성명서를 자신에게 보내라고 지시했지만, 설리번 국장은 이 성명서가 기밀 분류 과정을 거치고 있어 당장 보낼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이건 공개 성명이잖아. 그냥 내게 이메일로 보내"라고 짜증을 냈지만, 곧바로 받아보는 것은 결국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소개했다.
한편 딸 첼시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복구 작업의 실태를 클린턴 전 장관에게 고발하는 등 클린턴 부부를 비공개리에 도운 사실도 밝혀졌다.
첼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아이티 재건위원회와 관련해 현지를 4일 동안 다녀온 뒤 클린턴 전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복구 작업의 "무능함이 망연자실하게 만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첼시는 관련 조직, 관리, 책임소재, 구호품 전달 체계 등을 신속히 바꾸지 않으면 아이 수만 명이 설사·이질·장티푸스 및 기타 수인성 질환으로 가까운 장래에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9∼2013년 재임 기간 주고받은 이메일 총 6만2천320건 중 순수히 개인적인 이메일을 제외한 3만490건을 국무부에 제출했으며, 국무부는 내년 1월까지 이메일 공개를 마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