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 소액주주 4.5%가 결과 바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 주식시장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지난 28일 발생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소액주주 표심에 의해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그룹 출범이 무산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통합에 찬성하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 손을 들어줬음에도 4.5% 지분율의 소액주주들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서 결과가 뒤바뀌었다. 한편 JB금융지주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인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이사회에 2명의 이사를 진입시키는 데에 성공하며 성과를 남겼다.

   
▲ 한국 주식시장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어제(28일) 발생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소액주주 표심에 의해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그룹 출범이 무산된 것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과 한미·OCI그룹 통합을 놓고 벌인 한미 오너 일가의 분쟁이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의해 결과가 정해졌다. 지난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실시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이 다소나마 유리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라는 시각이 많았다. 

진짜 캐스팅보트는 따로 있었다. 전날까지 2%포인트 차이로 열세를 보이는 듯했던 창업주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 대역전에 성공했다.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은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앞으로 하고자 하는 비전들을 정식으로 공유해나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며 통합절차 중단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사안은 회사 전체의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한 국면에서 소액주주들이 존재감을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총 시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주식은 6776만 3663주, 주총 출석 주식 수는 5962만 4506주로 전체의 88.0%에 달했다. 출석 의결권 수 대비 찬성 비율은 형제 측이 52%, 모녀 측이 48%였으므로, 결국 주총 의결에 참여한 소액주주 등의 지분 약 4.5%가 결과를 결정 지은 셈이다.

이러한 의미를 이해하는 듯 임종윤 이사는 주주총회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객보다 주주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 임 이사는 3명의 주주에게 감사 표시를 했는데, 이 가운데 가수 조용필 씨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소액주주들의 주총이었다면 행동주의펀드가 약진한 사례도 함께 포착된다. 행동주의 세력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JB금융지주 본점에서 진행된 JB금융지주 제1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한 김기석 후보가 표 대결에서 1위, 주주 추천된 이희승 후보가 2위로 이사회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14.04%를 들고 있는 2대 주주다.

JB금융지주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여온 얼라인파트너스는 결국 이사회에 2명의 이사를 진입시키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얼라인이 제안한 안건 중 비상임이사 숫자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은 부결됐지만, 금융회사에 주주제안 이사가 포함된 것만으로도 국내 최초 사례다. 주주총회가 단순한 요식행위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력의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타 주총 사례에서는 소액주주 여론과 행동주의 펀드가 충돌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면서 “이제는 연합된 소액주주 여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이번 사례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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