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지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 간 그룹을 이끌며 오늘날 글로벌 효성을 만든 장본인이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6시 38분 숙환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지난 2017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은퇴한 지 7년 만이다.

조 명예회장은 1935년생 경남 함안에서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 일본 유학길에 올라 와세다 대학교 이공학부를 졸업했으며, 미국 일리노이공과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하던 중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아 효성물산에 입사했다.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조 명예회장이 지난 1997년 12 초일류기업 도약을 위한 혁신경영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1970년 동양나이론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경영인으로 나섰다. 그 후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거쳐 1982년 효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조 명예회장은 오늘날 효성의 기술 중심 사업 구조를 만든 장본인이다.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당시만해도 생소한 신기술을 사업화해 재계에 기술경영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기술 산업 분야는 오늘날 효성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고기능성 섬유 스판덱스는 조 회장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과감한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끈기있는 개발 끝에 탄생한 스판덱스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이어코드, 비유럽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시장 진출에 성공한 송배전설비 등도 조 명예회장 작품이다.

   
▲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1987년 12월 정부로부터 금탑 산업훈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개척에도 선구자적인 길을 걸었다. 현재 효성의 매출 중 상당 비중이 수출에서 비롯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효성은 현재 전체 매출 중80%를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으며,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세계에 50여 개 제조 및 판매 법인과 30여개의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한국 경제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보국 정신을 몸소 증명했다. 

그는 태평양경제협의회, 한미재계회의,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중재계회의 등 30년 이상 다양한 국제경제교류단체를 이끌며 글로벌 경제외교의 시금석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미국 정가에 찾아가 인준을 설득하는 등 주춧돌을 놓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생전 모습./사진=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체육훈장, 1987년 금탑산업훈장, 1994년 한국경영자대상, 2000년 미국 일리노이공대(IIT) 국제지도자상 등을 받았다. 2022년에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한미FTA발효 10주년 공로패, 서울국제포럼 선정 영산외교인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수술을 받았고, 2014년 초엔 전립선암으로 치료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있다. 발인은 다음달 2일 오전 7시,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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