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우리 군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진행된 지난달 22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를 종횡무진 비행하던 북한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무인정찰기는 지난달 22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2~3시간 전  DMZ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철책경계 부대인 GOP(일반전초) 상공까지 비행했다.

북한은 사건 이틀 전인 20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전군에 준전시상태 명령을 하달했다. 이 명령이 하달된 다음 우리 군도 최전방 부대에 '진돗개 하나'와 최고경계태세를 발령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북한군은 중부전선 DMZ 인근의 우리 군 병력과 장비 이동 움직임을 정찰할 목적으로 무인정찰기를 띄운 것으로 분석됐다.

군은 대공경계태세인 '고슴도치'를 즉각 발령하고 육군의 코브라(AH-1S) 공격 헬기와 공군의 전투기를 긴급히 출격시켰다.

DMZ 남방한계선 인근까지 접근한 헬기와 전투기는 10여분 간 북한의 무인항공기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총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은 기총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이 DMZ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틈을 이용해 북한 무인기는 DMZ 북쪽 지역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DMZ내 MDL을 넘어 GOP 상공까지 비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무인정찰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 "헬기와 전투기를 긴급히 출격시켜 무인 비행체가 DMZ 이남 지역으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저지 비행을 했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상 항적을 식별하고 헬기와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나 DMZ 상공에서는 정전협정에 따라 사격이 제한된다"면서 "GOP 이남으로 내려왔으면 즉각 대응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DMZ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북한 군인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즉각 경고사격 내지는 격파사격을 해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 군이 DMZ 이남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 메뉴얼이 없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