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어 현대차도 중고 EV 시장 진출
현대차·기아, 보상판매 도입해 소비자 부담 경감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신차 시장에서 전기차(EV)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진출이 쪼그라든 EV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고 전기차는 2280대가 판매됐다. 이미 지난 1월 전월 대비 5.1% 떨어진 데 이어 10%가량 판매량이 또 감소했다.

신차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쪼그라든 가운데 기아에 이어 현대차까지 본격적으로 중고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일반차량 뿐 아니라 전기차까지 포함한 '제조사 인증중고차' 판매에 나섰다. 

   
▲ 경남 양산에 위치한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사진=현대차 제공


기아는 지난해 11월 전기차에 대한 접근 문턱을 낮춰 전동화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기 위해 EV 인증중고차를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상 등급의 안전한 중고차 공급을 위해 판매대상은 신차 출고 후 5년 10만 km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했다.

기아는 소비자가 중고 전기차를 믿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기차 전문 제조사로서 보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배터리 및 전기차 특화시스템 등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구조를 가진 전기차만의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국내 최초로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선보였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가격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여수명과 안정성 평가가 잔존가치 산정에 결정적이다. 기아는 정밀한 EV 성능평가 후 최소성능기준에 해당되는 3등급 이상 판정 받은 차량만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인증 중고차 판매 차종을 전기차로 확대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작년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동안은 내연기관차만 매입·판매해 왔다.

현대차는 신차와 중고차 간 원활한 보상 판매를 위해 중고 EV 매입 사업을 시작했다. 매입 대상은 현대차·제네시스 EV 가운데 주행거리 12만 ㎞ 이하, 신차 등록 후 2년 초과, 8년 이하 차량이다. 이렇게 사들인 중고 EV를 상품화 과정을 거쳐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고 있다.

'배터리 등급제'를 마련해 중고 EV에 대한 고객 불안도 해소한다. 배터리 상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 등에 기반한 평가로 현대차그룹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와 협업해 만들었다. 평가를 통해 1~3등급을 받은 EV만 인증 중고차로 판매된다.

현대차는 주행거리 6만 ㎞ 이하, 신차 등록 후 2~3년 차량만 EV 인증 중고차로 판매한다.  EV 전용 부품은 신차 등록 후 10년, 주행거리 16만 ㎞ 이하 차량, 고전압 배터리는 신차 등록 후 10년, 주행거리 20만 ㎞ 이하 차량까지 보증한다.

   
▲ 전기차(EV) 정비사가 배터리 등급 평가를 위해 중고 EV에 탑재돼 있는 고전압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보상판매 제도를 도입해 중고 EV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차를 사는 고객의 부담을 줄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신형 EV구입 시 기존 차량에 대한 보상판매(트레이드-인)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중고 제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신제품을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기아는 이달부터 트레이드-인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힌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의 수명이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중고 전기차를 선택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대기업이 앞장서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전기 EV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관건은 가격이다. 너무 비싼 가격이 책정되면 소비자들은 중고차보다는 신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비자가 접근할 만한 중고 EV 가격이 형성된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다시 전기차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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