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전공의 처우-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 교환"
"윤 대통령, 의사 증원 논의 시 전공의들 입장 존중" 밝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

집단사직 46일 만인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지만, 사실상 각자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뚜렷한 소득 없이 만남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달을 끌어온 '의-정 갈등'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제안한지 이틀 만에 성사된 이날 만남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박단 비대위원장과 오후 2시부터 2시간 20분간 면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공지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박단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며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은 이날 추가 언론공지문을 통해 "대통령실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 600명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4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이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제2차 '민생토론회 후속조치점검회의-경제분야'를 열고 모두발언을 밝히고 있다.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사진 오른쪽)이 참석해 있다. /사진=(좌)대통령실 제공, (우)연합뉴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후,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며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대전협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이 알려진 후, 내부 공지를 통해 "만남 이후 정부에서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서 '대화에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하고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상황이 대전협의 이러한 예측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2월 성명서를 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 정원 계획 전면 백지화,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대 개선안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박단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박단 위원장이 이 7대 개선안에 관한 정부와의 간극만을 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기존 입장을 전격 철회할지, 장차관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명령을 내렸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측의 전격적인 만남 성사로 의정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다음주 총선이 끝난 후 7대 개선안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질지 관건이다.